논란 후 첫 사과문 “조현아·현민, 그룹 내 모든 직책서 즉시 사퇴”..진정성 의문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 3세인 조현아(44)·조현민(35) 자매가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폭로 이후 열흘 만에 사과하고 두 딸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23일 대한항공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전날 장녀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차녀 조 전무 등 두 딸의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박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 회의를 하면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동생의 ‘갑질’ 논란의 언니의 발목도 잡았다.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3년여 만인 지난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한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조 회장은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임명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준법위원회도 구성, 제도적 장치 정비에도 나선다고 약속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결단은 두 딸의 갑질 논란에 이어 조 회장 일가가 탈세 의혹도 받으며 관세청 압수수색까지 이어진 것에 따른 수습책이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 조 회장은 이날 사과에서 탈세나 밀수 등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갑질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사과 역시 면피성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회장 본인과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보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자신의 최측근을 전문경영인 자리에 앉히기로 한 것. 조 회장 부자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석 부회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현아·조현민 자매가 이번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두고도 말이 잡음이 일고 있다. 조현민 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3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이번 갑질 파문은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막말 논란’을 거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 전체에 대한 불법 탈세 논란으로 확산됐다.

조 전무와 이 이사장은 갑질 논란과 관련해 조사를, 한진가(家) 삼남매는 관세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등에 따라 관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잇단 갑질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조 회장 등이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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