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폭언·폭행 상습범으로 낙인찍힌 마누라. ‘땅콩’ 큰 딸에 ‘개XX’ 장남, 거기에 ‘물세례’ 막내 딸까지..그야말로 한진 총수일가의 막장 드라마가 연일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요즈음이다.

정작 대한항공 내부에선 “터질 게 터졌을 뿐”이라는 너무도 의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조양호 총수 일가가 회사 직원 등에게 얼마나 많은 갑질과 만행을 저질러 왔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한진 총수일가의 막장 드라마가 연일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빗나간 ‘자식사랑’도 뭇매를 맞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터질 때만 해도 이들 갑질이 ‘가족력’이라는 일부 소문에 대해 그저 ‘소문일 뿐’ 이라는 생각에 그쳤었다. 언론 등을 중심으로 조 전 부사장의 개인 인성에만 집중됐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1999년과 2000년 조원태 사장의 뺑소니 혐의 처분 논란을 시작으로 2018년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과 그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거침없는 폭언 논란까지..시끄러운 이들 갑질에는 ‘진한 피’가 섞여 있었던 모양이다.

‘제보’라고는 하지만 이들 총수 일가의 만행이 세상에 하나둘 공개된 시점은 바로 조 회장이 ‘땅콩 갑질 딸’ 조현아를 경영에 복귀시키겠다고 알린 직후였다.

이 과정에서 땅콩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종양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며 조 회장에게 비난의 화살은 더 쏟아졌다.

하지만 빵빵 터지는 3남매의 바람 잘 날 없는 행동에 부인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게 되고, 본인 역시 과거 갑질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며 결국 조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두 딸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아웃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어쩌면 둘째 딸의 물세례 갑질이 터지지만 않았더라면 조 회장은 끝까지 큰 딸의 꽃길 미래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는 장남 조 사장의 과거 행보를 밟아보면 쉽게 나올 수 있는 결론이다.

조 사장은 사회에 꾸준히 물의를 일으키며 ‘승계 자격론’이 지겹게 나왔던 인물이다. 조 사장은 2005년 승용차 운전 중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어 2012년 12월 인하대학교 내에서 1인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당초 조 사장은 취재 중인 기자를 향해 “그래! 개 XX야!. 내가 조원태다. 어쩌라고”라며 욕설까지 퍼부었고, 조 회장 역시 이런 아들을 제지하기는 커녕 “이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랍학교고 사유지다”라고 소리지르며 아들의 어깨에 힘을 보태는 이른바 ‘힘있는 아버지상’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일화가 최근 한 일간 신문을 통해 뒤늦게 공개돼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뭇매를 맞은 조 사장이 그러나 지금도 그룹 사장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조 회장의 자식사랑이 얼마나 끔찍한 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전 부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딸의 경영 복귀를 알린 조 회장은 1월, 전 국민의 눈이 쏠렸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 주자에 딸들을 대동했다.

물론 여론의 시각은 좋지 않았다. 업계 역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에게 이런 여론 따위는 관심 밖의 일이였다. 자식들의 행복이 곧 조 회장의 행복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이유로 조 회장의 경영 가치관은 비슷한 시기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현대자동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사뭇 다른 해석을 낳기도 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대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회사 안팎의 공감대 찾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긍정적인 평가는 물론, 이를 접한 네티즌들 역시 “정몽구답다!”라는 찬사를 이어갔다. 오직 ‘가족사랑’에만 혈안이 돼 있는 조 회장에 대한 평가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업계에선 이처럼 한진가 참극의 원인으로 조 회장을 지목한다.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그것도 국민과 가장 밀접한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한 총수의 잘못된 ‘가족사랑’이 결국 가족을 넘어 회사의 막대한 비극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물론, 혹자는 아버지의 자식사랑이 대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 회장은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기업의 총수다. 재벌의 행복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권리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의 의무도 막중하다는 얘기다.

하루가 멀다하고 세상 밖으로 터지는 조양호 일가의 안하무인 행태들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음에 큰 상실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권력과 돈을 무기삼은 자들이 생각없이 던진 뻔뻔한 돌에 오늘도 어디선가 내 부인, 내 남편, 내 자식들이 맞아 상처받고 아파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5천 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비단 큰 재앙과도 같은 암울함을 안겨주기 충분해 보인다.

그 암울함에는 지금이야 국토교통부, 경찰, 관세청에 이어 공정위까지 총 동원돼 한진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지만, 결국 얼마의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조양호와 그 가족들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편하게 잘 살아갈 것이란 ‘절망의 믿음’도 한 몫 하리라 생각한다.

특정 종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듯 보이는 조양호 일가의 이번 생은 태어나보니 재벌이었다. 가족이 의기투합해 이번 생에 수많은 이들을 괴롭히고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참으로 덕없게 살았으니,

돈 없고 빽없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다음 생에 이들의 ‘끔찍한’ 환생을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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