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명품 수제화’로 국내 수제화 업계 1위로 올라선 탠디 제화공들이 8년째 동결 중인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정기수 탠디 대표를 향해 “자격이 없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제화공들의 땀과 노력으로 회사는 수십억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정 대표 역시 매년 20억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지만, 정작 제화공들에게는 수년째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 탠디 본사에서 근로자 100여명이 부당 노동을 항의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탠디 제화공들의 파업 사태와 관련,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탠디 구두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 모른다면 정 대표는 대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탠디를 만드는 제화 노동자들은 공임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 관악구 탠디 본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앞서 이들은 정 대표에게 5차례 공문을 보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자 제화공 47명이 지난달 26일부터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탠디 제화공들이 구두 한켤레를 만드는데 받는 공임은 현재 6500원~7000원 사이다. 탠디는 20만원짜리 구두를 팔면 공임으로 6500원을, 30만~40만원짜리 고가 제품을 팔면 7000원만 공임비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공임비는 8년째 동결 상태다. 물가 인상에 따른 생계비 인상에 법정 최저임금 인상 영향까지 반영한다면 탠디 제화공들의 공임은 심각하게 삭감돼 왔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제화공들은 제대로 된 공임비를 받지 못하면서도 제품 불량 등이 발생할 경우 공임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을 모두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탠디가 지난 2000년부터 제화공들을 특수고용노동자들로 내몰고 있다는 것.

민주노총은 “산재, 퇴직금, 휴가, 노동시간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법 사각지대가 특수고용노동자”라며 “임금노동을 노예노동으로 내몬 것이 이른바 소사장제의 실체”라고 말했다.

이런 최악의 노동조건을 바꿔보고자 탠디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과 본사 농성에 돌입한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투쟁이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정 대표와 그 일가는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 준 제화공들의 현실을 눈곱만큼이라도 알고 있는지 묻고싶다”면서 “손가락이 굽고, 팔 관절이 닳고, 시력이 망가지면서 30년에서 50년 구두를 만들어 온 숙련 노동자들이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지금 당장 제화공들을 만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자신의 책임을 중간착취업체에 불과한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마치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요구를 협력업체 소속이라며 떠넘겼던 파렴치한 행태와 다르지 않다”며 “허울 좋은 소사장의 이름표를 떼고 직접고용으로 노동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제화공들의 노동권을 바로잡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화공들이 주장하는 공임 2000원 인상과 직접고용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탠디는 정 대표가 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정 대표의 부인 박숙자씨가 10%, 장남 정인원씨가 37%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탠디는 기존 기술력에 기반한 높은 품질력은 물론 대중과 소통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편안함과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통해 젊은 층 고객 확보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블랙 라벨을 출시해 고객의 발을 직접 맞춰 진행하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40~60대까지 골고루 사랑받으면서 매니아층 라인이 두터워졌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 특히 노동자들과 소통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정 대표의 행보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제화공 파업 사태가 지속될수록 탠디의 수제화 브랜드 가치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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