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치러 갔다가 병 얻어서 온다? 잇따른 의료 사고에 환자 ‘불안’
복지부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추진..환자 보호·의료 질 향상 기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최근 의료사고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병원을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일반 형사 범죄로 처벌받게 된 의료인에 대해 의사 면허 취소·정지와 같은 강력한 행정처분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난소 혹 떼려다 멀쩡한 ‘신장’ 떼인 환자..길병원 “신장 한 개로 잘 산다?”

최근 인천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 중 50대 여성의 난소 혹 수술 도중 멀쩡한 신장을 잘못 제거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해당 병원인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은 올해 3월 산부인과에서 50대 여성 A씨의 난소쪽에 붙은 종양을 제거하려다 신장 한쪽을 잘못 떼어냈다고 인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사고 보상법 기준 변경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원인은 글을 통해 “3월 인천의 산부인과로 유명한 한 대학 종합병원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건”이라며 “의료사고를 고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50대 여성 A씨는 3월 인천의 한 개인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로 난소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2차 진료를 위해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초음파 검사 결과 A씨의 난소에 9㎝ 크기의 혹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복강경 수술을 통해 난소의 혹을 제거하기로 했다.

B씨는 복강경 수술에서 초음파상으로 확인된 왼쪽 난소가 아닌 대장 인근에서 악성 종양 같은 덩어리가 보인다고 A씨의 보호자에게 알린 후 개복수술을 통해 해당 덩어리를 떼어 냈다.

문제는 수술을 끝내고 확인한 결과 떼어낸 덩어리는 혹이 아니라 A씨의 신장 2개 중 하나였던 것.

A씨 가족은 “B씨에게 의료사고 아니냐고 반문하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의료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아무런 설명과 해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오직 환자에게 1개의 신장으로도 건강하게 잘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운동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장에 혹이 같이 있어 절제했다”는 황당한 변명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의 도난으로 남은 여생을 항상 불안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환자의 심정은 어떤 방법으로 보상을 받아야 되느냐”며 “의료분쟁 보상법을 강화해 온 국민이 안전하며 세계 최고의 의료 혜택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촉구했다.

이에 길병원 관계자는 “환자에게 사과했고 원만하게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치료와 보상금까지 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 장기를 제멋대로 제거한 병원 측의 무책임한 처사에 의료 소비자들은 공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병을 고치러 간 병원에서 병을 얻어 오는 게 말이 되느냐”, “요즘 같은 상황에 무서워서 병원도 못가겠다”, “의료인 관련 의사 면허 취소나 정지 같은 행정처분이 필요하다”, “환자를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끊임없는 의료분쟁 환자는 을?..“생명 다루는 의료인 사회적 책임 따라야”

한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의 ‘2017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분쟁 관련 상담을 받거나 조정·중재를 신청하는 건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 2420건이 발생해 전년1907건보다 26.9% 증가한 수치다.

의료분쟁 상담은 최근 5년간 누적 22만 건을 실시해 연평균 11.1% 증가했고 2016년은 전년대비 17.4%, 이듬해 17.5%가 증가해 2년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분쟁 조정신청도 연평균 14.7% 증가해 최근 5년간 누적 9311건으로 나타났다.

의료분쟁 상담은 ▲2013년 3만6099건 ▲2014년 4만5096건 ▲2015년 3만9793건 ▲2016년 4만6735건 ▲2017년 5만4929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정신청은 ▲2013년 1398건 ▲2014년 1895건 ▲2015년 1691건 ▲2016년 1907건 ▲2017년 2420건으로 집계됐다.

조정 신청이 많은 상위 5개 의료기관종별 조정개시율 추이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여 65.3%, 종합병원 52.4%, 병원 61.1%, 의원 49.4%, 치과의원 56.8%로 집계됐다.

감정 처리 결과 상위 5개 사고내용은 증상악화가 21.8%, 감염 9.1%, 진단지연 8.4%, 장기손상 7.7%, 신경손상 7.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의료행위별로 살펴보면 의과는 수술 40.8%, 처치 21.6%, 진단 14.8%로 나타났고 치과는 보철 21.8%, 보존 21.1%, 발치 19%, 한의과는 침 50.8%, 한약 19.7%, 물리치료 10.7% 등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그간 의사면허 자격 관리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데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일반 형사범죄나 특별법 위반 등 금고 이상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사 면허에 영향이 없다”며 “전문직은 직업 윤리가 요구되며 의료인은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적으로서 조금 더 투철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학당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본부 이화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에 대해 이화학당은 최종경영책임자가 아닌 채권단 행세를 하는 가면극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환자안전 위한 법·의료사고 강력 규정 필요..복지부 의무보고 추진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의료사고를 보다 강력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제1차 환자안전 종합계획’(2018~2022년)을 수립해 의료기관 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자율보고가 아닌 의무보고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계획에 따라 개별 의료기관에서 되풀이되는 환자안전사고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하게 됐다. 환자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해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한 조치.

1차 환자안전 종합계획은 주요국 수준의 환자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며 환자안전 기반(인프라) 확충 및 역량 강화, 환자 중심의 안전인식 개선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거나 중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환자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한다. 그 외 사고는 통계연보, 주제별 보고서 배포 등을 통해 유사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한다.

아울러 환자안전사고의 유형과 규모 등 실태파악을 위해 5년마다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의료진이 환자 안전사고를 적극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올해 안으로 보고내용에 대한 비밀보장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관리할 계획이며 오는 2020년에는 3년간의 정책이행 상황을 기초로 정책과제, 성과지표 등을 보완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환자안전사고 현황 파악, 의료기관 역량 강화, 국민 인식 제고에 중점을 두고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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