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 앞장’ 어버지 위용에 막중한 책임..‘리더십 부재’ 등 곱지않은 시선도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경영승계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구 상무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때문에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구 회장 타계 시 LG그룹은 구 상무를 중심으로 ‘4세 경영’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는 LG가(家)의 전통적인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으로 갑작스러운 경영 승계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구광모 체제’는 막이 오른 동시에 과제도 떠안게 됐다. 최근 검찰이 LG 오너일가의 탈세 의혹을 정조준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재계 역대 최고인 ‘1조원’ 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 재원 마련 역시 숙제로 남게 됐다. 또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구광모 LG전자 상무

◆LG 4세 구광모 경영 전면에..상속세 ‘1조원’ 마련 고심

LG는 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LG그룹은 일찌감치 지주사 전환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구 상무가 이사로 선임된 후 큰 잡음 없이 ‘구광모 체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 2015년 LG의 상무로 승진하는 등 승계 수순을 밟아 왔다.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신성장 사업의 한 축인 정보디스플레이 부문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아 이끌고 있다.

구 상무는 당분간 회장직에 오르지 않고 그룹 현안을 두루 살필 것으로 보인다. 숙부인 구본준 LG 부회장과 전문경영인들의 보좌를 받으면서 LG그룹 승계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상무는 현장 경험 등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아 왔지만 만 40세로 비교적 젊고, 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

하현회 LG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이 구 상무를 중심으로 LG그룹의 4세 경영을 이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들 부회장들은 약 4년간 구 부회장과 함께 구 상무의 경영 수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와병중에 있을 당시 LG그룹 사업 전반을 총괄해오던 구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재벌 총수에 비해 비교적 젊고 승계 자금도 부족한 구 상무가 LG그룹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또 구 상무는 지분 승계 때까지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 상무의 LG 지분율은 6.24%로 구 회장(11.28%), 구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상속세 재원 마련이 큰 과제 중 하나다.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한 시점 기준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라 향후 2개월간 LG 주가에 따라 상속세 규모가 달라지게 되는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일 경우 할증이 붙게 된다.

LG그룹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율이 50%미만으로 할증률은 20%다. 주당 평균 8만원으로 책정할 경우 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1946만주) 가치는 1조8700억원으로, 과세율 50%를 적용하면 구 상무가 내야 할 상속세는 1조원에 달한다.

이는 재계 역대 최고 상속세 규모로 자금 마련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모습.

LG그룹은 순환출자 없이 LG를 지주사로 주력 계열사들이 수직 계열화가 돼 있어 승계작업이 단순하다. 구 상무는 구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받는 등 지분을 확보해 증여세만 부과하면 승계가 끝난다.

그러나 구 상무가 승계를 위해 LG의 주식을 살돈을 마련하거나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상속분의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기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현재 구 상무는 LG, LG상사, 판토스 등에만 지분을 갖고 있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나 LG화학에는 개인 지분이 없다.

일각에서는 구 상무가 상속세 납부 부담을 덜기 위해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납부하는 물납 방법과 수년에 걸쳐 내는 연부연납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너일가 탈세·승계 의혹 ‘정조준’..‘구광모 체제’ 빨간불?

이런 가운데 최근 국세청은 LG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검찰 역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당국의 칼날이 구 상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검찰은 9일 LG그룹 총수 일가의 100억원대 탈세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이는 국세청으로부터 LG그룹 일가가 소유해 온 LG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고 고발하면서 진행된 것.

특히 국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구 상무의 승계 자금줄인 판토스의 최대주주인 LG상사를 비롯해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LG상사의 자회사인 물류업체 판토스 지분은 LG상사가 51%를, 구 상무 7.5% 등 오너일가 지분이 19.9%에 달한다. 이를 통해 구 상무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결국 LG상사는 711억2900만원의 추징금을 이달 15일 부과 받았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이 부족해 증여세나 양도세 등을 내지 않고 LG그룹 사주일가가 장내 거래를 통해 구 상무에게 지분을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들 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기준선(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을 간신히 빗겨나간 상황이다. 즉, 0.1% 차이로 판토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져 꼼수로 비쳐지고 있다.

구 상무의 경영승계 작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최근 검찰의 칼끝이 탈세 의혹을 넘어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 추진과정까지 파고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 상무가 물려 받는 LG그룹은 현재 계열사 중 이렇다 할 캐시카우가 없다.

‘정도 경영’을 강조해 온 구 회장 덕에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계열사 중 1위 기업이 없다는 점은 구 상무 입장에서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신사업 발굴에 매진해야 한다. 구 부회장도 올해 들어 LG그룹 계열사에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경제 저성장 기조 장기화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당장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구 상무가 자신의 승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LG그룹에 ‘구광모 체제’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