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여편 훔쳐 도박광고 약 1억원 부당이득..저작권 피해액만 2400억
생존 위협당했던 만화작가들 희소식..“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 뒤따라야”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웹툰 9만여편을 불법으로 게시하고 광고로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 국내 최대규모의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검거됐다.

사이트 밤토끼는 월평균 3천500만명, 일 평균 116만명이 접속하는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포 사이트로 국내 웹 사이트 중에서 방문자 수 순위로는 13위에 해당한다.

그간 웹툰 업계나 생존을 위협당한 만화작가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가 경찰에 적발됐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웹툰 업계·작가들 ‘울분’..대포폰·암호화폐 등 사용한 치밀한 범행

부산경찰청(청장 조현배) 사이버안전과는 저작권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포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A씨를 구속하고 해외 서버 일체를 압수했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서버 관리와 웹툰 모니터링을 한 B씨와 C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캄보디아로 달아난 D씨와 E씨를 지명수배했다.

앞서 밤토끼는 신작 웹툰 사용자에 따라 인기도와 주제, 횟수 등으로 웹툰을 게시해 지난해 6월께부터 이름이 널리 퍼졌다. 이에 레진, 탑툰, 투믹스, 카카오(다음 웹툰), 네이버 등 국내 웹툰 업체들은 같은 해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밤토끼 검거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올 1월부터 내사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웹툰 시장은 7240억원대 규모 이상이다. A씨가 운영한 밤토끼로 인한 저작권료 피해만 2400억원대에 이른다.

이들 조직은 2016년 10월경부터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미국에 서버를 둔 일명 ‘밤토끼’라는 해외 사이트를 제작, 국내웹툰 9만여편을 업로드해 도박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광고료 명목으로 매월 최대 1천만원씩을 지급받아 총 9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국내 웹툰 업체가 유출자 추적이 가능한 워터마크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타 불법 사이트에서 1차로 유출된 웹툰만을 자신의 사이트에 게시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A씨는 독학으로 배운 프로그래밍 기법을 이용, 간단한 조작만으로 타 불법 사이트에 업로드돼 있는 웹툰을 가져올 수 있는 자동추출 프로그램을 제작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A씨는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교체하고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상담을 할 때는 해외 메신저만 사용했다.

광고료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통해 지급받는 등 매우 치밀하게 범행해 압수 현장에서 5대의 대포폰과 3개의 대포 통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의 차 안에 있던 현금 1억2000만원, 미화 2만달러(2100만원)를 압수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광고료로 받은 암호화폐인 리플 31만개(취득 당시 시가 4억3000만원, 현재 시가 2억3000만 원)를 지급 정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부분 수익금을 유흥비 등으로 소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빠른 시일 내에 해당 사이트를 완전 폐쇄하고 동종 유사사이트에 대한 추가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이 압수한 웹툰 불법 사이트 ‘밤토끼’ 수익금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웹툰 불법 사이트로 침몰한 웹툰산업, 저작권법 개정 절실

그간 밤토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웹툰 업계는 23일 정부가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다는 소식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밤토끼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정부의 밤토끼 운영자 검거 발표는 고사위기에 처한  웹툰 업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는 것.

웹툰가이드 강태진 대표는 “규모가 있는 플랫폼들도 불법복제로 타격이 심한데 규모가 작은 업체들 경우는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심각한 수익악화로 사업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플랫폼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웹툰통계분석기관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웹툰플랫폼은 네이버, 다음(카카오), 레진코믹스 등을 포함 58개사로 이들 플랫폼들의 불법복제 피해규모는 4월에만 3133개,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유료 웹툰 시장은 밤토끼 등 해적 사이트로 무너지면서 업계는 저작권보호에 지난해부터 올인했다.

다음 웹툰(카카오)은 저작권보호TF를 구성해 작년초부터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작가 동의를 받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도 진행했다. 5월에는 COA(저작권해외진흥협회)에 가입해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웹툰 도둑질을 잡기 위해 해외 통신사에 직접 연락해 대형 해적사이트 55개 중 33개를 삭제시켰으며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불법 웹툰 적발 기술인 ‘툰레이더(Toon Radar)’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경찰수사에 협조했다. 또 부산경찰청과 해당 사이트 첫 화면에 경고성 홍보 웹툰을 제작·게시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저작권법을 개정해 불법 사이트 제재에 최대 2주 걸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소위가 아니라 한국저작권보호원 등에서 맡아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법무팀은 “가장 큰 웹툰 도둑인 밤토끼 운영자가 잡힌 만큼 웹툰 불법복제의 내성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검거된 밤토끼 운영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수많은 해적사이트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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