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폭언·폭행 의혹 피의자 신분 소환..“물의 일으켜 죄송하다”

[공공뉴스=박계형 기자]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휘둘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 이사장은 국내 대기업 총수 부인 가운데 최초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사로 들어서기 전 이 이사장은 포토라인에 서서 ‘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가위나 화분을 던진 적 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변만 했다.

이어 ‘피해자 회유를 시도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이사장은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평창동 집에 상주하고 있는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인천 하얏트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팔을 끌어당기는 등 모습이 담긴 영상이 지난달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또한 2013년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 당시 작업자들에게도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의혹과 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해왔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경찰은 지난달 23일 내사에 착수했고, 피해자 10여명에게 이 이사장의 폭언과 폭행과 관련된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이 이사장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이사장 측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이 이사장을 상대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CCTV 등 증거자료, 이 이사장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업무방해, 상해, 모욕, 상습폭행, 특수폭행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폭행, 특수폭행 등 혐의는 합의 여부 관계 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한편, 세정·사정당국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서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다.

우선 경찰은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 전 전무에 대해 폭행을 제외한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사의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린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이 없다고 봤다. 또 벽에 유리컵을 던진 행위와 관련해서는 특수폭행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4일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의혹을 받고 출입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 역시 내달 초 소환이 예고됐다.

아울러 검찰은 조 회장의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서울남부지검은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 중구 한진빌딩 등 조 회장과 관련된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세금 탈루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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