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임시주총·이사회 거쳐 대표이사 회장 선임..시험대 오른 ‘구광모 체제’
전자·디스플레이 사업부진 등 과제 산적..AI·로봇 등 미래 먹거리 육성 전망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 됐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4세대 총수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을 ‘불혹’(不惑)의 젊은 경영인이 이끌게 됐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구 회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정론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LG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

게다가 적자 늪에 빠진 모바일 사업은 당장 풀어야 할 고민이다. 또 중국발 LCD 패널 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LG디스플레이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는 점 등도 구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구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온 인물. 때문에 ‘구광모호(號) LG’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LG>

◆LG 유일 후계자 구광모, LG그룹 새 총수 발탁

LG 지주회사인 ㈜LG는 29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 데 이어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구 회장이 회장 직함을 부여 받은 것은 지난 5월20일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41일만이다.

구 회장은 이날 주총 10분 만에 LG 사내이사로 선임돼 사실상 총수 자리에 올랐다. 주총에는 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과 윤대희 전 사외이사를 대신할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안 등 2건이 상정됐다.

그간 LG는 고 구본무 전 회장과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

주총 시작 후 이사회 의장인 하 부회장은 “앞으로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정도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며 “70년 역사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 개의 10분만인 오전 9시10분 임시주총 폐회를 알리면서 자산 규모 123조원의 LG그룹 오너 4세인 ‘구광모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구 회장은 하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됐으나 사실상 실질적인 그룹 오너로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외부의 시각과 달리 구 회장의 최고의 과제는 4세 경영의 안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대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지난달 3일 G7씽큐를 공개하고 11일부터 국내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 LG전자는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내세우며 스타마케팅까지 더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북미시장 출시 텀도 최소화하면서 신제품 효과를 노렸지만 부진은 이어졌다.

이에 따라 LG전자를 필두로 주력 사업을 정상화 궤도에 진입시켜야 하는 상황.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감소세를 나타내며 성숙단계에 직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스마트폰 사업 부문 부진에 대한 돌파구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LG디스플레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83억 적자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490억 적자를 냈다. 증권사가 내놓은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전망은 더욱 나쁘다.

아울러 구 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도 큰 과제 중 하나다. 현재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6.24%를 차지하며 고 구본무 전 회장(11.28%), 국민연금(7.99%),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4대 주주로 구 회장이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필요한 상속세는 1조원에 달한다.

때문에 구 회장이 보유한 LG상사 물류계열사 ‘판토스’의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비용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구광모의 새로운 숙제 ‘미래 먹거리’

구 회장은 고 구본무 전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이며 LG가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2006년 LG전자에 입사한 구 회장은 LG전자 내 재경부, 미국법인, 홈엔터테인먼트 사업, 홈어플라이언스 사업, 경영전략팀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특히 구 회장은 그룹 총수의 핵심 역할인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4차산업 혁명 관련 사업에 적합한 인물로 꼽혔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등의 육성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로체스터공대 출신인 구 회장은 정보기술(IT) 동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날 주총에서 김 전 대표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것은 AI 사업을 키우기 위해 네이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신성장 동력 발굴의 경험이 있는 인물을 영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LG전자의 투자 행보와 최근 LG의 김 전 대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조합하며 LG그룹의 미래 주력사업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많다.

LG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교육용 로봇 분야 전문업체 ‘로보티즈’ 지분(10.12%) 취득 ▲AI 스타트업 ‘아크릴’ 유상증자 참여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인 로보스타 지분 투자 ▲미국 로봇개발업체인 ‘보사노바 로보틱스’ 300만달러 투자 등을 발표해왔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경영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며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서 손 떼는 구본준 부회장..계열분리 시동?

한편, 구 부회장은 이날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이날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퇴임한다.

구 부회장은 와병 중인 형 고 구본무 전 회장을 대신해 지난해부터 그룹 전면에서 승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화되자 구 부회장은 일부 계열사 분리 등을 통해 독립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구 부회장이 과거 GS그룹, LS그룹 선례와 같이 LG그룹 내에서 별도 계열사나 사업부를 분리한 후 독자경영 노선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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