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계형 기자]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에 대해 칼끝을 들이댔다.

사회공헌을 통한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법인들이 사실상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 확대및 경영권 꼼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총수일가 및 계열회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 거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내부통제 및 시장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6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자산 5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으로 51개 집단의 총 165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동안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확대 및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분석 결과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은 사회 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오고 있으나 동시에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익법인의 평균 자산규모는 1229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자산(261억) 대비 6.3배에 달했다. 상위 10개 집단 소속 공익법인(75개)의 평균 자산규모는 2021억원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 가운데 총수가 있는 재벌 그룹 44개가 가진 공익법인이 149개로 90% 이상이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자금줄로 의심받는 이유는 계열사 보유 지분 때문.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자산구성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인 5.5%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유 주식 대부분(74.1%)이 계열사 주식이었다.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165개 공익법인 가운데 66개(40%) 공익법인이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66개 공익법인은 대부분 총수가 있는 집단 소속(59개·89.4%)으로, 총 108개 계열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표자가 총수일가인 경우가 많은 것(38개·57.6%)으로 드러났다.

공익법인들은 또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 회사, 해당 기업집단의 대표회사, 총수2세가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등의 주식을 집중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상장사(63.9%) 및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 회사 비율(68.1%)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평균적인 분포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아울러 119개 계열사 중 47.9%에 해당하는 57개사에 대해 공익법인 외에 총수 2세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중 112개(94.1%)의 주식에 대해 상증세 면제 혜택도 받고 있었다.

현행법에서는 대기업의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성실공익법인 10%) 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내부거래 있는 공익법인 현황<자료=공정위>

게다가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사이 내부거래도 상당했다. 165개 공익법인 중 2016년도에 동일인관련자와 자금거래, 주식 등 증권거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중 어느 하나라도 있는 공익법인은 100개(60.6%)로 나타났다.

특히 상품용역거래가 있는 공익법인은 92개(55.8%)였으며, 공익법인들의 동일인관련자와의 평균 상품용역거래 비중은 18.7%였다.

내부거래는 대부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동일인의 친족과 부동산 거래 또는 상품용역거래를 한 경우도 발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그간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 왔으나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보유 주식이 총수 2세 출자 회사 등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과 관련된 회사에 집중된 반면, 계열사 주식이 공익법인의 수익원으로서 기여하는 역할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또는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공익법인과 동일인관련자 간 내부거래에 대한 통제장치는 미흡해 제도개선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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