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버스기사들 승소 판결..대법 “정해진 배차표에 따라 자율시간 활용”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버스운전기사가 다음 운행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회사의 감독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휴식·식사 등 자유로운 시간이 보장된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꿎은 버스기사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버스기사 A씨 등 6명이 H운수와 S운수회사 등 2곳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시각이 정해져 있는 다음 운행시간까지 버스기사가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으므로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이라고 보고 임금을 계산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나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간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운전기사들이 이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며 “실제로 피고들 소속 버스 기사들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대기시간 대부분을 자유롭게 활용한 것으로 보이고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 A씨 등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H운수와 S운수가 가입된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은 주간 5일은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으로 하고 근무 시간 중에 휴식시간을 준다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배차 시간을 고려해 운행을 기다리는 대기시간 1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처럼 회사 등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했으나 A씨 등은 “대기시간 동안 식사나 휴식 외에 청소와 차량점검도 했다”며 “합의로 결정한 1시간 이외의 대기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월 단위로 초과한 근로시간에 대하여 약정 시간급의 150%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청구를 받아들여 A씨 등에게 170만~47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기시간은 여러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정하지 않은 점, 원고들은 배차 담당 직원의 지시에 따라 다음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점, 원고들은 대기시간 중에 식사와 휴식을 취하는 외에 차량정비 또는 검사를 받거나 차량청소를 하기도 하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 보면 대기시간은 원고들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이 아니다”며 “실질적으로 피고들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H운수와 S운수 측은 취업 규칙에 정한대로 운행준비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운행준비와 정리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감안해도 1일 6분씩이면 충분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조사한 운행 내용을 보더라도 버스 운행 사이의 대기시간이 여러 차례 있는 점, 대기시간에 운행 준비를 하는바 그 성질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 운전과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성이 있는 업무로서 그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 판결달리 “임금협정에서 1일 근로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1시간을 더한 9시간으로 합의했다”며 “운전기사들이 대기시간 동안 청소와 차량점검 및 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지만 이미 반영된 1시간을 초과해 업무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 기사들의 버스 운행 사이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미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법원 판결을 접한 네티즌들은 “커피타임 담배타임은 근로시간 포함이면서 2~3시간 운행 후 10~20분 쉬는 게 미포함이라니” “수십 명 목숨이 달렸는데 너무한 조치” “사람이 잠시라도 쉬어야 운행이 가능하지” “그럼 기사는 도대체 언제 쉬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버스회사에서 주는 휴게시간은 쉬라고 주는 시간이 아닌 차량정비와 청결유지, 가스 넣으라고 주는 시간”이라며 “회사가 버스기사를 위해 차량점검 정비나 청소하는 사람을 따로 채용해줄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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