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0대 건설사인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댐 보조댐의 일부가 붕괴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하고 수천명의 수재민이 발생하는 등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그 피해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

현재 현지 당국과 SK건설이 사고원인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미비한 설계와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간 SK건설은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약 이번 사태가 부실시공으로 판정되면 이 회사는 물론 한국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25일 라오스통신(KPL)에 따르면, 지난 23일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SK건설이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 중 하나가 무너져 1300여가구가 물에 떠내려가고 6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건설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SK건설 시공 라오스댐 붕괴, 자연재해 vs 부실시공 엇갈린 입장

25일 라오스통신(KPL)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8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무너져 50억㎥의 물이 아래에 위치한 6개 마을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로 인해 사망자 및 실종자와 함께 1300가구, 약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AFP통신은 “사고로 쏟아진 물의 양이 올림픽 수영경기장 200만개를 채울 수 있는 것보다 많다”면서 “급작스럽게 방출된 엄청난 양의 물로 하류지대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유튜브 등 현지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들에는 주택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수재민들의 모습과 물이 빠르게 마을로 범람되는 모습이 담겼다.

아직 보조댐이 붕괴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사고를 놓고 현지 당국과 SK건설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AFP통신은 현지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보조댐이 붕괴했다고 보도했고 외신들도 이를 인용했다.

반면, SK건설 측은 집중호우로 인해 물 수위를 조절하는 5개의 보조댐 중 한 곳에서 물이 넘쳐 흐르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의 범람으로 해당 보조댐 일부가 유실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범람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댐 운영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댐의 범람에 대비해 수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해 미리 방류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

아울러 일각에서는 댐 공사를 예정보다 4개월 앞당기면서 부실시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붕괴 원인이 ‘자연재해’ 혹은 ‘부실시공’인지에 따라 SK건설이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의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건설은 한국서부발전, 태국 라차부리, 라오스 국영 LHSE 등과 ‘세피안-세남노이 전력회사’(PNPC)를 설립하며 2012년 댐 건설을 수주했다.

계약금은 7500억원으로 댐과 발전소 건설 이후에도 27년 간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추가로 얻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계약했다. 이는 한국 건설회사가 BOT 방식을 통해 라오스에 투자한 첫 사례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는 볼라벤 고원을 통과하는 메콩강 지류를 막아 본댐 2개(세피안-세남노이댐)와 보조댐 5개, 발전소(410MW급) 등을 건설하는 약 10억달러(1조13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2013년 11월부터 착공을 시작해 지난해 4월 세남노이 댐 공사를 마치고 댐에 물을 채우는 담수식을 가졌다. 내년 2월에 상업 운영에 들어가 생산한 전력 중 90%를 태국에 수출하고 나머지 10%는 자국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이 사업의 발주처인 PNPC(The Xe Pian-Xe Namnoy Power Company)의 최대 주주는 LHSE로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으며 SK건설(26%), 서부발전(25%)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오스 정부는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도 월례 국무회의를 취소한 뒤 군용 헬기를 타고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라오스 기상청은 추가 폭우를 예보하며 피해 지역 확산을 경고하기도 했다.

SK건설 측 역시 안재현 사장 등을 현지로 파견해 실태 파악에 나섰으며 라오스 정부와 공조해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24일(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붕괴로 물에 잠긴 한 마을에서 지붕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 총리, “현지 구조 및 사고수습 지원 등 인명피해 최소화하라”

이와 관련, 정부는 전날(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사고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해외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주의 수력발전용 댐이 붕괴해 인근 주민 수백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우리 국민 및 라오스 국민 인명피해 상황을 조속히 파악하고 인명피해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현지 구조 및 사고수습 지원을 위해 SK건설 등 사업시행 주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외교부,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 및 현지 진출 관련기관·기업들은 현지 구조, 사고수습 및 대책 관련 라오스 측과 협력체계를 갖춰 긴밀한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긴급대책회의에서는 현지의 사고현황을 조속히 파악하고 사고수습 지원을 위해 현지 대사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기업이 참여하는 ‘현지 비상대책반’을 구성했으며 신성순 라오스 대사를 사고현장에 급파했다.

아울러 정부는 상황 점검과 대응을 위해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고 외교부 차관·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산업통상자원부 차관·국토부 차관, SK건설 및 서부발전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사고대책회의’를 한시적으로 구성해 가동하기로 했다.

조기행 SK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뉴시스>

◆신뢰도·해외수주 타격 불가피..‘사회적 책임’ 강조한 조기행 선택은?

한편, 이번 사고로 한국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동남아 등에서 추진 중인 다른 수력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그간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두고 현지 환경단체들은 라오스의 수력발전 추진이 메콩강 댐과 현지 사회 및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이는 정부가 환경영향 평가 없이 마구잡이로 건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환경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2013년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유상원조(EDCF) 사업 중 하나인 ‘라오스 댐 건설’에 대해 환경영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국의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댐붕괴’와 ‘범람’이 가려질 것으로 보이나 댐 운영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건설현장 역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아 정부에서도 예방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SK건설은 ‘사망자 제로’라는 성과로 외부적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사고에 더 큰 비난도 예상된다.

아울러 그동안 줄곧 ‘사회 책임있는 기업’을 외쳤던 조기행 부회장이 이번 사고로 급 추락한 회사의 신뢰도 제고 등 이번 난관을 과연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SK건설 관계자는 “인명피해와 피해규모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피해복구가 우선인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보상은 추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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