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SK그룹이 라오스 댐 사고 수습을 위해 진땀을 빼고 있는 가운데 그러나 실질적으로 SK건설을 이끌고 있는 조기행 부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라오스 대사관을 직접 찾아 긴급 구호성금을 기탁하는가 하면 SK건설 임직원들도 대거 라오스 현장으로 달려가 뒷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조 부회장만은 여유로운 분위기.

조 부회장은 라오스 댐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현지 수재민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는 것을 대신해 최근 ‘역대최대 수주 실적’을 이유로 올해 상반기 보수 8억5000만원을 챙겼다.

대표이사가 둘인 SK건설은 현재 안재현 사장만이 라오스를 찾아 복구를 총지휘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번 국제적인 대형사고에 대한 조 부회장의 역량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조 부회장이 ‘최태원’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SK건설을 이끈 장수 CEO로서 위상에 맞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는데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건설, 사업·인력 줄여도 조기행 부회장은 ‘억대’ 보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SK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급여 6억5000만원, 상여 2억원 등 총 8억50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챙긴 보수 6억6800만원(급여 5억원, 상여 1억6400만원, 기타 근로소득 400만원)보다 1억8200만원 더 많은 금액이다.  

SK건설 측은 조 부회장의 올 상반기 보수와 관련 “급여는 올해 이사보수한도 범위 내에서 직책과 직급,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기본급을 결정하고 12개월간 균등한 금액 중 1~6월까지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여는 지난해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올해 2월 지급한 사항”이라며 “조 부회장은 2017년 계량지표 측면에서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20% 개선되는 경영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계량지표 측면에서는 대내외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도 Hi-Tech 사업 분야에 과감한 R&C 투자로 안정적 사업물량을 확보한 점, 도시정비사업 중심으로 건축주택사업에서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한 점, 국내 업계 최고 수준의 해외인프라사업 수주실적을 달성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조 부회장의 보수는 동종 업계에서 최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그동안 행보에 ‘억대’ 보수를 두고 따가운 시선도 쏟아진다.

지난 2012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조 부회장은 그동안 SK 재무구조개선 팀장, SK네트웍스, SK텔레콤 사장 등을 지내면서 재무 역량을 펼친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힌다.

조 부회장이 SK건설 대표를 맡은 이후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보여 왔지만 최근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실제로 SK건설은 2013년 연결기준 55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4년에도 그 기조는 계속됐다. 그러나 2015년 1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2016년에는 1942억원, 2017년 2258억원 등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5년 9조3606억원으로 상승했던 매출액은 2016년 8조5834억원, 지난해 7조3161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조 부회장이 SK건설을 이끈 후부터 인력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

일각에서는 SK건설이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발주가 줄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SK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플랜트 매출은 3조6879억원에 그쳤다. 해외 수주잔고도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로 2014년 11조1275억원에서 2017년 5조4157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SK건설이 인력 감축을 해오고 있다는 것으로, 지난해 3월 말 기준 4299명이던 전체 정규직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4152명으로 147명 줄었다.

이 중 플랜트 부문의 감소폭이 컸다. 이 기간 2610명이던 플랜트 부문 직원은 2474명으로 감소했다.

조 부회장이 사업 성과로 인한 실적개선보다 실적 악화 원인인 해외손실사업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

2012년 71.9%에 달하던 플랜트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17년 57.3%까지 떨어뜨리고, 이를 발판으로 턴어라운드 실적을 내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조 부회장은 직원 희망퇴직을 통해 판관비를 절약하고 본인은 억대 보수를 챙겼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7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라오스대사관에서 깜수와이 깨오달라봉(Khamsouay Keodalavong) 대사에게 라오스 댐 사고 관련 위로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라오스 댐 사고로 글로벌 ‘망신살’..조 부회장 역량 보여줄까?

한편, SK건설은 최근 발생한 라오스 남부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와 관련해 현재 사고 수습과 원인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SK건설의 이번 사고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댐 건설 부문에선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4년 연속 1위 업체로 선정된 까닭.

또한 사고를 대응에 있어서 ‘붕괴’가 아닌 ‘유실’ 등 표현을 써 SK건설이 댐 사고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같은 대응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형국.

최 회장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지난달 27일 주한 라오스 대사관을 방문해 고개를 숙였고, 이재민을 위한 구호금 1000만 달러(한화 약 112억원)를 기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SK건설의 수장인 조 부회장은 피해 유가족에 애도를 전하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만 발표한 채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른바 ‘최태원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 그는 최 회장의 신임을 등에 업고 무려 6년 가까이 SK건설을 이끌고 있지만, 역량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지난해 12월 SK그룹 인사 단행 전 업계에서는 조 부회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었다. 당시 실적부진에 평택 주한미군기지 공사 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수장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조 부회장은 유임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수백여명의 인명피해를 낳은 위기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그의 책임감과 위기 대응 역량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고에 대한 수습과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자기 배만 채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지금,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 한다면 그룹 내 조 부회장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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