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조롱:감정노동자 일탈 행위에 상처받는 소비자→상호존중 문화 정착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한 음식점을 자주 찾는 A씨는 최근 불쾌한 말을 직접 들었다. A씨가 두달 동안 출장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방문한 음식점의 사장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메뉴를 주문한 A씨는 해당 음식에서 짧은 머리카락을 발견해 사장님을 호출했다. A씨는 다른 사람들이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음식에 이물질이 발견됐으니 앞으로 주의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사장은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해당 음식을 교체해 주겠다며 A씨가 먹던 음식 그릇을 수거했다. 이내 주방으로 들어간 사장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엄청 짧아서 보이지도 않는 데 기어코 잘 찾았네”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이를 들은 A씨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돈 주고 공짜로 험담까지 들은 상황. 이후 A씨가 해당 매장을 찾는 일은 없었다.

소비자의 신뢰 및 유치를 위해 업종별로 고객중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갑질’ 또한 끊임없이 발생하는 실정. 이 가운데 최근 서비스 업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고객 험담’ 논란이 피트니스 업계에서도 발생하면서 세간의 탄식이 이어졌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실수가 불러온 후폭풍..말의 ‘무게’와 작은 ‘불씨’가 불러온 나비효과

최근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진 필라테스 ‘뚱땡이’ 사건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 한 필라테스 업체 지점에서 강사가 수강생을 두고 ‘뚱땡이’라고 지칭해 파장을 일으킨 해당 업체는 결국 폐업 사태까지 맞았다.

지난 20일 페이스북 페이지 ‘광진구 대신 전해드려요’에는 필라테스 수강생이 강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은 사연이 올라왔다.

고등학생인 수강생은 필라테스 강사에게 운동시간 변동을 요청했고 그에 대한 답변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강사가 다른 담당자한테 보내야 할 내용을 회원에게 보낸 것.

문제는 메신저 내용에서 비롯됐다. 해당 메신저 내용 속에는 “쌤~ 뚱땡이가 아침부터 오후에 수업 2시로 앞당길 수 있냐고 해서 그때는 쌤 출근 전이라 안 된다고 했어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는 ‘뚱땡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예전 통통했을 때부터 운동하러 다녀서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별명반 애칭반 그렇게 말했던 건데 경솔했다”며 “지금은 진심 너무나 날씬하고 예쁘다. 이건 정말 팩트”라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반면 필라테스 강사에게 ‘뚱땡이’로 지칭되며 상처를 입은 수강생는 “횡설수설 핑계 말고 빠른 인정과 진중한 사과가 있었다면”이라며 차분하게 상대의 잘못을 지적했다.

또한 상처보다 실망이 더 컸다는 수강생은 잘못을 했을 때 변명하지 말라는 일침과 함께 임신부인 강사에게 “이번 기회로 말의 무게와 작은 불씨가 불러오는 나비효과에 대해 깨달으셨으리라 믿는다”면서 좋은 어머니가 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 회원들에게는 조심스럽게 행동하길 바란다”며 “남은 회원권 전액 환불 바란다”라고 답했다.

제보글을 올렸던 수강생은 뒷이야기를 담은 추가 게시물을 SNS에 게재해 “속상해서 욱하는 마음에 제보하게 된 글이 생각보다 큰 화력으로 확산돼 많이 놀랐다”며 “폐업결정이 났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수강생은 “비록 제게 상처로 다가온 실수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시는 만큼 무분별한 비방으로 두 분을 더 이상 상처 입히는 일을 원치 않는다”며 더 이상의 비난에 대해서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다른 피트니스 업계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사건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를 본 여론은 어린 10대가 훨씬 성숙하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경솔했던 강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누리꾼들은 “수강생은 뒷통수 맞았네” “살찐 사람들은 운동도 못 다니겠다” “고객한테 저러면 안 되지” “내가 다니는 곳도 저러면 어쩌지” “아 너무 씁쓸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필라테스 뚱땡이 사건’처럼 고객을 비하하는 일은 다시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 도 넘은 고객 조롱 논란..업체 사과부터 법정 공방까지 ‘시끌’

고객을 비하하거나 희화화 하는 업체의 부적절한 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해 5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7번가 피자’의 한 매장 직원은 특정 고객을 ‘말귀 못알아 X먹는 할배’라고 지칭해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당시 네티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주의 한 피자집이 매주 수요일에 할인한다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피자가게에 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할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 했다더라”며 “얼마 전에도 피자를 사오셨는데 영수증에는 어처구니없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라는 글과 함께 영수증 사진이 공개했다.

공개된 영수증 배달 주소란에는 ‘8시까지 포장(말귀 못알아 X먹는 할배) 진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결국 파장이 확산되자 7번가 피자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7번가 피자 측은 “7번가 피자 지역 가맹점 중 배달전표에 고객에 관한 내용을 기입한 매장의 경우, 점주가 병환으로 입원해 매장관리가 다소 소홀해졌을 때 일시적으로 근무했던 파트타이머의 실수”라며 “현재는 퇴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보다 가맹점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을 고객님께 사과 드린다”고 사과했다.

고객 비하가 법정으로까지 번진 사건도 있다. 이 역시 5월 발생한 일로, 사건의 발단은 고객 B씨가 용인시 수지구의 한 디저트 카페를 찾으면서다.

평소 디저트를 좋아했던 B씨는 해당 카페에서 즐겨먹던 마카롱 10개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그 자리에서 마카롱 10개를 다 먹은 B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카페에 대한 호평을 후기로 남겼다.

이후 해당 디저트카페 인스타그램에는 “마카롱은 칼로리가 높아 하루 한개만 먹는 디저트”며 “구입하시고 한꺼번에 여러 개 먹는 디저트가 아니다”라는 카페 사장의 글이 올라왔다.

B씨는 자신을 저격한 듯한 카페 사장의 글에 불쾌함을 표시했고, 카페 사장은 조롱할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손님들과 댓글을 주고 받던 중 마카롱의 칼로리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

하지만 카페 사장은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B씨의 SNS 계정을 차단하고 B씨가 카페를 방문한 모습이 담긴 카페 내부 폐쇄회로(CC)TV 화면을 캡쳐해 SNS 계정에 공개해 화를 키웠다.

해당 디저트 카페는 잠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B씨는 카페 사장을 고소했고 카페 사장 역시 B씨를 상대로 업무방해, 명예훼손, 모욕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사진=뉴시스>

# 폭발한 감정, 서비스직-고객 서로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시급

직접적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

이들은 고객이 친절하다고 느껴야 하는 응대 업무를 하다 보니 항상 고객의 기분에 맞춘 말투나 태도, 표정을 지어야 하고 정작 자신의 감정은 억누르고 통제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또한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고객은 왕’ 이라는 인식 속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에 있던 서비스직 감정 노동자들은 심각할 경우 자살 충동까지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면서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극에 달한 까닭일까. 최근에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모습.

블랙 컨슈머도 아닌, 그렇다고 업체에 피해를 입히지도 않은 고객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업체들의 잘못된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서비스직 종사자들이나 업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이 있듯, 고객들과 언쟁을 높이는 몇몇 때문에 전체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는 형국.

고객을 상대하는 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고객 입장에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굳이 다시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부의 잘못된 행동이 고객의 발길을 끊게 만들고, 업체의 존폐 여부까지도 좌지우지 하는 상황.

이처럼 회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감정노동자는 무조건 고객에게 맞춰야 하고 반면 고객은 블랙 컨슈머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자칫하면 불거질 수 있는 ‘갑질’에 대해 늘 조심해야 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 한명의 일탈이 전 사업장과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서비스직 종사자와 고객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정착은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서비스직 종사자 그리고 나이 불문한 고객 역시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버지, 소중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인식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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