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판결:신뢰도·형평성 ‘갑론을박’→피해자 입장 대변하는 공정한 시각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경기도 한 지역에서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몇차례에 걸쳐 음란성 쪽지를 받았다. 음란한 내용이 적힌 쪽지가 현관문 틈 사이에 끼워져 있을 때마다 A씨는 상당한 불쾌감과 함께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 음란성 쪽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아닌 옆집 남성인 B씨.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A씨는 B씨에게 여러번 경고를 했지만, B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결국 B씨는 법정에 서게 됐지만, 대법원은 B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법 13조에서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며 그 수단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쪽지로 직접 전달한 행위는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온 것.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용서하기 어렵지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단이 A씨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최근 법원 판결의 형평성에 대해 의문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법원은 “절차에 따른 정상적 판결”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판결 결과가 부당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큰 이슈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문제제기하고 싶었던 지점을 국민청원을 통해 건드려 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남편 강제추행 억울..무죄 주장 국민청원 ‘25만명’ 돌파

강제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남성의 부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남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두고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의 판결문과 현장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나돌면서 갑론을박이 계속 이어지자 법원은 “해당 판사는 객관적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제기된 이 청원은 11일 오전 현재 25만6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번 논란은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과 CCTV를 토대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A씨가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해가 난 내용과 피고인의 언동, 범행 후의 과정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고 자연스럽다”며 “피해자가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 성범죄 사건에서는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진술과 핵심 장면이 가려진 폐쇄회로TV(CCTV) 화면이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A씨 부인은 “해당 여성이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고 남편은 법정에서 밝혀줄 거라며 재판까지 가게 됐다”며 “영상을 보면 하필 그 장면이 신발장에 가려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남편이 여자의 뒤를 지나가며 손을 앞으로 모았는데 판사는 신체 접촉 후에 취하는 행동으로 판단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청원글을 접한 사람들은 ‘CCTV를 봐도 성추행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초범자에게 징역 6개월은 너무 심하다’ ‘떨어진 위신을 올리기 위한 판결 아니냐’ ‘피해여성의 증언이 자연스럽고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유죄로 인정되나’ 등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반면 가해자 아내가 감정만을 앞세워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재반박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 재판 결과를 두고 갑자기 논란이 뜨거워지자 법원은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관계자는 “담당 판사는 CCTV 전후 장면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충분히 판단해 유죄로 인정했다”며 “성범죄에서 명백한 사항을 피고인이 부인하면 엄격한 양형을 적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판결을 한 사람으로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한국 女승무원 성추행한 중국 대기업 회장 ‘입국 금지’

그러나 법원이 이처럼 잘못된 판결로 국민의 원성을 사는 것만은 아니다. 법원이 대한민국 이익과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로 영구 입국불허 처분을 내린 것.

최근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추행한 중국인 대기업 회장을 국내로 입국하지 못하도록 한 출입국당국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중국 금성그룹 회장 B씨가 “입국을 영구히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청구 기각 판결했다.

앞서 B씨는 2016년 자신의 전용기에 근무하는 20대 한국인 여성 2명을 각각 성폭행(피감독자 간음)·성추행(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한 혐의로 고소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수사 결과 성폭행 혐의는 강제력이 없었다고 파악해 무혐의 판단을,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가 취하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B씨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보고 2017년 5월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해 B씨를 영구 입국 불허 처분했다.

이에 B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B씨는 “재범의 위험성이 없기에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없다”며 “현재 총괄하는 제주도 부동산 개발사업이 입국 금지로 차질이 생기면 자신과 대한민국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씨에 대한 입국불허처분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B씨는 피해자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증명된다”며 “대한민국 여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해 추행한 외국인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한민국 여성을 추행한 B씨를 입국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얻는 공익은 그로 인해 침해되는 B씨의 사익보다 크다”며 “부동산 개발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사정만으로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자료=리얼미터>

# 국민 10명 중 6명 “사법부 판결 신뢰하지 않아”

한편, 사법부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여론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이 사법부 판결을 불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신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불신’(매우 불신 17.6%, 상당히 불신 19.6%, 다소 불신 26.7%) 응답이 63.9%로 나타났다.

이는 ‘신뢰’(매우 신뢰 2.2%, 상당히 신뢰 5.4%, 다소 신뢰 20.0%) 응답(27.6%)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 연령층,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에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보통 수준인 50점에 크게 못 미치는 30점대로 집계됐다.

사법부 판결의 신뢰도를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33.3점, 불신 70.4% vs 신뢰 24.8%)에서 신뢰도가 30점대 초반으로 가장 낮았고 진보층(35.1점, 67.9% vs 22.5%)과 중도층(38.9점, 62.4% vs 35.0%)에서도 신뢰도가 30점대에 그쳤다.

지지정당별로는 정의당(29.7점, 불신 71.3% vs 신뢰 20.6%)과 자유한국당(29.9점, 68.3% vs 22.8%), 더불어민주당(37.7점, 63.2% vs 28.7%), 바른미래당(42.2점, 64.3% vs 35.7%) 지지층 순으로 신뢰도가 낮았다.

이처럼 사법부에 대한 진보성향의 불신은 주로 재벌, 국회의원 등 우리 사회의 권력자에 대한 이른바 ‘솜방망이 판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의혹’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보수성향의 불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이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과정에서 내려진 판결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6월1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8675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을 완료, 5.8%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사법정의와 법형평성을 추구해야 할 법원은 핍박받았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제대로 된 증거 조사 없이 오직 피해자 진술 하나만 가지고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

막연하게 피해자 중심의 판결을 내려 바닥에 떨어진 위신을 만회하려는 판결, 강자는 봐주고 약자에게는 엄한 판결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유죄를 받는 근거는 될 수 없기 때문.

이와 함께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서는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제대로 기소권 행사해야 한다. 정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탈바뀜하는 것. 이는 사법부를 돕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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