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대법서 재심리..“특수감금 무죄판결 근거인 당시 내무부 훈령 위헌·위법”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생존자, 유족 단체 회원들이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외압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1970~80년대 참혹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지만 무죄로 끝난 형제복지원 사건이 30여년 만에 다시 법정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13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수용자 의문사 및 감금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비상상고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형사사건에서 법령 위반 사항이 발견된 경우 대법원에 직접 재심리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문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 진상조사단의 결과를 검토한 뒤 비상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개혁위는 “당시 무죄판결의 유일한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그 위헌·위법성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을 적용해 형제복지원장 박인근 등의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에서 정한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41조가 정한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를 참고해 형제복지원 사건 확정판결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주문했다. 

그간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재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에서는 당시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여러차례 재조사와 피해자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부산 북구에 만들어진 부랑자 수용시설이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길거리에서 끌려온 사람과 장애인 등 부랑자가 아닌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됐으며 최대 4000여명에 달하는 수용인 대부분이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수용돼 있었다.

또한 수용자들은 대부분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등 상시적인 인권유린에 시달렸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 수용자들이 사망했지만 그 내막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형제복지원의 참혹한 실상은 1987년 당시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김용원 검사가 우연히 원생들의 강제노역장을 목격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고 김 전 검사는 3개월여의 수사 끝에 박 원장을 특수감금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박 원장의 강제수용과 감금이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결국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거리를 배회하는 걸인이나 껌팔이, 앵벌이 등 부랑인들은 물론 노점상들까지 재판없이 강제로 붙잡아와 무기한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으로 법률 상 근거가 없고 단속 공무원 한 사람의 판단으로 누구든지 강제로 가둘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지적받아 왔다.

이와 관련,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헌인 내무부 훈령에 따른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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