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갈등:“가짜 추방” vs “혐오 반대” 입장 충돌..국민과 국가 우선 시 돼야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최근 제주도 남서쪽 부근을 여행을 떠난 A씨는 저녁 산책을 한 후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까무러칠 뻔했다. 화장실 바로 앞에 이전까지 없던 남성 4명이 앉아 있었기 때문. 더욱이 화장실이 외진 곳에 있어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A씨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무리들을 지나쳤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을 받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편의점 내부까지 따라왔고 A씨는 물건을 사는 척 하다 숙소로 달려갔다. 비록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주도에서 난민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A씨는 여행 도중 혹시나 하는 불상사를 겪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 A씨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의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절실히 느꼈다.

최근 제주도에서 촉발된 난민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예멘 난민 수용 갈등이 2차전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법무부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23명의 출도 제한을 풀어주자 이들 대부분이 ‘내륙행’을 희망하고 나서면서 국민안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현재 법무부의 허술한 관리체계로는 이들의 소재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상시 보고체계 마련 등 철저한 사후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등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같은 시각 그러나 다른 장소 찬·반 집회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 난민 수용문제를 둘러싼 찬성·반대 맞불 집회로 또 한 번 쪼개졌다. 시민들은 ‘난민도 사람이다’ ‘가짜난민 OUT’ 등 정반대 주장을 외치며 서로 비난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로 구성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 혐오”라며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와 비이성적인 난민 혐오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퍼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난민 혐오세력들은 난민들에 대한 보호가 대단한 특혜이고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정부가 유일하게 제공하는 초기 생계지원금은 1인당 43만원에 불과하고 6개월간 받을 수 있다”며 “이마저 예산부족으로 대상자의 3.2%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난민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난민과 범죄율 증가에는 어떤 통계적 연관성도 없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고 유럽 주요국가 중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은 최근 30년 이내 가장 낮은 범죄율을 기록했다”면서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에만 1500명 이상의 난민들이 지중해에 빠져 숨졌는데 왜 유럽인들의 안전에는 민감하고 난민들의 안전에는 무감한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정부가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원도 없이 정기적으로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체류만 허용받은 난민 불인정”이라며 “전쟁의 한 복판에서 죽음의 공포를 피해 한국을 찾은 이들이 난민이 아니라면 누가 난민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난민에 대한 혐오발언과 증오범죄 등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며 “목숨을 건 단식까지 했던 난민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시간 보신각 맞은편에서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종로타워 앞에서 제6차 난민 반대집회를 개최하고 난민법 폐지와 가짜난민·불법체류자 즉각 추방을 촉구했다.

난민 반대 측은 ▲난민을 받아들이면 한국이 무슬림국가가 될 것 ▲난민 신청자 대부분이 ‘가짜난민’ ▲한국정부가 난민 신청자에게 월 43만원의 보조금 특혜를 줘 ‘역차별’ 조장 등은 모두 과장되거나 허위라는 입장이다.

난민 반대 집회에 참여한 시민 수백여명은 난민을 1910년 한일 병합 조약이 이뤄진 ‘경술국치’에 빗대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특히 과태료가 남아있는 외국인의 출국을 허용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를 겨냥해 “외국인 범죄자가 대한민국을 제집 드나들듯 만들었다”며 “인권위와 법무부야말로 국가 해체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예멘을 근거지로 하는 알카에다는 각국이 10대들을 덜 경계하고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것을 이용, 미성년자들을 자살테러특공대로 양성하고 있다”며 “프랑스 노르망디 성당 테러, 독일 바이에른 도끼 테러, 뮌헨 총기난사 등은 모두 무슬림 10대 미성년자에 의한 테러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 말대로 미성년자, 임산부 등의 이유로 송환할 수 없다면 이들을 외국인보호소에 즉각 수용하라”며 “정부는 국민의 커지는 불안을 외면하고 오히려 가짜난민을 감싸고 있다. 인도적 체류가 허가된 이들과 제주 무사증 불법체류자들의 소재지를 즉각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사태의 근본 원인이 난민법에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난민법 대신 과거처럼 출입국관리법으로 난민을 다루면 된다”면서 “한국은 난민법이 있어 브로커의 타깃이 되고 있고 난민 신청만 해도 주어지는 수많은 혜택으로 가짜난민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양 집회 참가자들 사이의 충돌을 우려해 현장에 경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지난 16일 서울 보신각 맞은편 인도에서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출도 제한 풀린 제주 예멘 난민..‘인도적 체류’ 허가 논란 재점화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 신청자 중 미성년자 등 23명에게 난민 지위는 인정하지 않는 대신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이와 함께 이들에게는 제주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제주 출도 제한’ 조치도 해제됐다.

18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예멘인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 중 면접이 완료된 440명 가운데 영유아 동반 가족, 임신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

그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 신청자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난민 신청자 수는 3만2733명이다. 이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06명(2.1%)뿐이다.

난민 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인도적인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1474명(4.5%)이다.

난민법상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국적 ▲특성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공포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다만 법무부는 이들이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 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 단위로 체류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취업활동은 가능하지만 난민과 달리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이들이 향후 국내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에는 체류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들 23명 외에 나머지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해서는 범죄경력조회 등 신원검증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법무부의 결정에 대해 난민 찬·반 단체의 입장은 상당히 달랐다.

난민네트워크·예멘인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적 체류허가는 취업 허가만 주어질 뿐 의료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 교육을 받을 권리,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 등 모든 사회적 권리가 배제돼 있다”며 “이러한 인도적 체류허가 제도가 유지될 경우 난민들이 한국에서 안전하게 정착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당분간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만 확인된 것일 뿐 사실상 숨 쉴 자유 외에 아무것도 확보된 것이 없다”며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포함한 정착지원 제도의 공백을 직시하고 예멘 국적 난민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처우에 관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행동은 “전원 가짜난민으로 밝혀진 예멘인들을 즉각 추방하고 이집트·시리아 가짜난민들은 즉각 송환하라”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정부에 다시 한 번 난민법과 무사증 제도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는 난민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 아니라 난민법을 폐지하고 출입국관리법으로 난민 사안을 의율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발표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靑, 최다 청원 ‘난민법 폐지’ 답변에도 여전한 갑론을박

한편, 청와대는 국민청원 역대 최다 동의를 얻은 ‘난민법 폐지’ 청원에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관계를 고려해 난민협약을 탈퇴하거나 난민 관련법을 폐지하는 결정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페이스북 생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 허가 폐지 및 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답했다.

앞서 제주도 예멘 난민이 급증하면서 촉발된 해당 청원은 올해 6월13일 게재돼 한 달 만에 71만4875명이 참여,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한 이래 역대 최다 추천 건수를 기록했다. 청원인은 현행 난민법, 비자 없이 입국하는 무사증 제주도 입국 제도, 난민 신청 허가 제도의 규제 수준을 올리거나 전면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청원 답변에서 “청원에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청원을 계기로 난민제도 전반적 상황을 꼼꼼히 재검토해 개선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허위 난민’ 우려에 대해서는 “난민 신청 시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이 강화된다”며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엄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신청인이 심사기간 동안 본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해 심사를 즉시 종료하는 방안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난민브로커에 대한 처벌조항도 명문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박 장관은 난민 심사가 오래 걸리는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불복 절차까지 2~3년에 달하는 심사기간이 1년 내로 줄어든다.

박 장관은 무사증제도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제주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며 “제주 무사증 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들이 우리의 법질서, 문화, 가치 등을 훼손하거나 위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난민인정 취소나 철회, 체류 상 불이익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답변에도 난민 수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나 국제적 위상보다 ‘국민’과 ‘국가’가 우선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섣부른 포용의 결과는 결국 국민 재산과 안전의 파탄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문화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당면한 국가적 과제다. 자국민의 ‘생명’이 걸려있는 사안인 만큼 국민들의 우려를 줄이는 한편 국제적인 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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