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보건소 “검찰의 의료법 위반 처분 통보 없어 영업정지 등 행정적 제재 못해”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환자를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의사가 석방된 지 열흘 만에 영업을 재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뒤늦게 자격정지 등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대리수술 사실을 인정한 의사가 의료 행위를 계속해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의료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10일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 의사 A씨는 환자 어깨 부위 수술을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 사진은 의료기기 판매원이 수술실에 입장하는 CCTV 영상. <사진제공=부산지방경찰청>

20일 부산 영도구 보건소와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 의사 A씨가 지난달 30일 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된 후 최근 석방돼 지난 17일부터 진료를 다시 시작했다.

A씨는 7일 구속적부심에서 “피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20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A씨가 구속된 뒤 영업을 중단했던 A씨 병원은 고객들에게 영업 재개를 알리는 문자를 발송, 10일 만에 영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는 검찰의 의료법 위반 처분 통보가 없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는 상황. 검찰이 A씨를 기소했더라도 가능한 행정처분은 자격정지 3개월뿐이다.

앞서 A씨는 5월10일 자신이 운영하는 정형외과에서 환자 어깨 부위 수술을 의료기기 영업사원 등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

이후 환자는 심정지와 함께 뇌사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사고 후 수술 전 동의서를 받지 않은 사실을 은폐하고자 환자 서명을 위조하는 한편 간호조무사는 진료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구속됐던 의사가 석방된 지 열흘 만에 다시 병원 문을 열자 허술한 의료법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제재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뒤에 행정조치를 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면 관할 지자체(보건소)에서 바로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다”며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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