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 의원 191명 중 145명 찬성표..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 ‘4%→34%’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06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특례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상한이 기존 4%에서 34%로 대폭 확대되면서 정보통신(ICT) 대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재벌의 은행 소유 가능성만 열어뒀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으로 논란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을 통과시켰다.

이날 재적 의원 191명 중 145명이 해당 특례법에 찬성표를 던져 법안은 통과됐다. 반대는 26명, 기권은 20명이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서울정부청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전날 국회 통과와 관련 “내년 2~3월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신청을 받으면 적절한 심사철자를 거친 후 내년 4~5월께 제3 또는 제4 인터넷은행에 대한 예비인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한 달 여간 국회에서 설명드리고 심의 받으면서 당초 우리 예상보다 훨씬 과정이 순탄치 않고 험난했다”면서 “규제를 더욱 획기적으로 확실히 풀어야 한다는 말씀도 많았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가지 논란을 겪으면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게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고 고심 끝 내린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어려움을 딛고 특례법 제정까지 도달하게 된 것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제한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 ”시헝령 제정의 방향과 허용 가능한 대주주 범위를 특례법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시행령은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그 취지 않에서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가 없도록 분명히 규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은행법에서 정한 4%에서 34%로 높인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가 시행령을 정할 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원칙적으로 제외한다. ICT 관련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예외적으로 34% 지분 보유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은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 담을 예정이다. 재벌 기업의 참여는 차단하면서 ICT기업을 적극 끌어들여 금융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

또한 인터넷은행은 대주주에 돈을 빌려주거나 대기업 대출을 할 수 없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관계자들이 지난 8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번 특례법 통과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법 본회의 통과를 두고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상정된 법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믿음도 모두 깨뜨렸다”며 “민주당은 금산분리 강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모두 포기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자격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과 관련해 “사적 재산권 등 규제가 적용되는 제한 법률은 특정 범위를 정해야 함에도 특정범위를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백지 위임했다”면서 “국회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후진국적 입법 사례”라고 꼬집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여당의 모습을 보면 지난 정부의 불통을 떠올리게 해 참담하다”면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내용의 정합성, 절차의 민주성은 물론 은산분리 완화의 정당성도 상실한 채 통과된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대해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런 졸속적인 법안 처리에 문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문 대통령의 공약과도 배치되고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면서 공언한 것과 달리 재벌 은행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에 따라 국회에 재의요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기업들은 증권,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이유는 정당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수수료 경쟁이 생기고 다양한 서비스가 개시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업자가 진입해 기존과 다른 사업방식이 나와야 한다”고 인터넷전문은행법 처리를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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