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의원 “대기업과 대형로펌에 회비 8억원 수수..일종의 상납이나 다름없어”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의 대기업 재취업 알선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이하 연합회)가 대기업이나 대형로펌으로부터 수억원의 회비를 받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액의 회비 납부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공정위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상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재취업 비리 논란에 휩싸인 연합회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해체하겠다고 15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합회는 공정위의 재취업을 알선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대기업과 공정위 전직원을 만나게 해주는 곳”이라며 “연합회를 해체해야만 공정위의 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이같이 답했다.

김병욱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공정경쟁연합회 회원사 2017년 연회비 현황’에 따르면, 연합회는 지난해 254개 회원사로부터 총 8억850만원의 회비를 걷었다.

실제로 2017년 회비 현황을 보면 삼성그룹에서는 약 7000만원이 연합회로 들어갔다. 삼성전자 1300만원, 삼성물산·삼성생명보험·삼성화재해상보험 각각 700만원 등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자동차 1000만원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700만원, 현대제철·현대카드·현대건설 각 500만원이었다. 또 현대중공업이 700만원,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500만원을 냈다.

SK그룹은 SK텔레콤·SK이노베이션 각각 1000만원 등 약 6000만원,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700만원 등 총 5000만원이 납부됐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특히 공정위 대기업 사건을 수임하며 ‘전관’ 의혹 등과 무관하지 않은 대형로펌의 돈도 연합회로 회비 명목으로 흘러들어갔다.

김앤장 500만원, 태평양·광장·세종·화우 등 법무법인이 각각 200만원 등 12개 대형 로펌이 2017년 회비로 2000만원을 가량을 냈다.

아울러 김 의원실이 확보한 공정위 재취업 검찰 공소장을 보면 연합회는 공정위 퇴직자를 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해 해당 기업의 부사장을 연합회 회의실로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회는 공정한 경쟁원리 확산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공정거래제도에 대한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을 운영하지만 공정위의 감독을 받는 민간단체다. 간부들 다수가 공정위 출신으로 이뤄져 있다.

그간 연합회는 공정위 현직과 로펌 소속 공정위 전관, 대기업의 ‘3각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공정위 임직원 참여 외부교육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공정위 임직원은 연합회 교육·강연 프로그램에 강연자 또는 교육생으로 총 375회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연합회는 현직 공정위 공무원들에게 강연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2007년 이후 공정위 출신들이 회장을 맡고 있고 최정열 현 회장도 공정위 출신이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연합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연합회를 이용해 재취업 알선을 비롯한 각종 부당한 카르텔을 맺고 있다”며 “기업이나 로펌이 자발적으로 수천만원의 회비를 낸 것이 아니라 공정위가 무섭거나 공정위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낸 것이라면 일종의 상납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현직 직원들이 연합회 교육이나 강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연합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감독하겠고 그래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말씀하신바(해체)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국감 업무현황을 통해 퇴직자 재취업 비리 타파를 위한 후속작업의 일환으로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과 퇴직공무원 윤리규정을 이달 내 개정하고 재취업 부당행위 신고센터·재취업 이력공시 홈페이지를 이달 내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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