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계약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밝혀지면서 고용세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통공사가 공식 사과와 해명 자료를 내며 수습에 나섰지만 야당이 고용세습 비리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교통공사 채용 문제가 서울시 국감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서울시는 국감에서 제기된 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위해 감사원 감사를 공식 요청한다고 밝히는 한편, 감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김태호 사장, 정규직 전환 명단 누락 관련 “인사처장 직위해제 조치”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17일 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을 총괄한 사람이 김모 인사처장으로서 그의 아내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기획처장으로서 전환을 총괄한 김 처장의 아내는 교통공사 식당의 찬모로서 무기계약직이었는데 정규직이 됐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108명의 공개 명단에서 자신의 아내 이름을 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가족채용의 비리가 문제 돼 서울시가 전수조사에 들어가려 하니 민주노총은 ‘절대 응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면서 “결국 11.2%만 조사했는데도 108명의 가족과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게 나온 만큼 이를 계산해 보면 1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교통공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전수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교통공사 관계자와 직접 통화한 결과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으며 진술 녹취록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2016년 9∼12월까지 들어온 임모씨와 정모씨의 정규직 채용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스크린도어의 개·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자격으로 들어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각각 자격증이 없거나 연관성이 없는 자격증만 갖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임씨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시절 홍보부장 출신이고 정씨는 통진당 광진구 구의원 출마자로서 민노총이 공식 지지한 사람”이라면서 “이들은 PSD(스크린도어) 지부를 만들고 민노총 산하로 들어간 후 업무직 협의체를 만들어 서울시와 각 노조가 협상하는 공동운영위에 이름을 당당하게 올렸다”고 부연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정조사를 통해 서울시 교통공사뿐만 아니라 서울시 산하, 나아가 대한민국 공기업, 공공기관의 천인공노할 채용비리에 대해 전수조사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감사원도 즉각 감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교통공사 직원들의 조사 응답률과 채용비리 연루율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이날 오후 추가 기자회견을 열어 추산근거를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날 첫 기자회견을 열어 교통공사가 올해 3월 실시한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에 응답한 직원 비율이 11.2%였다고 주장했고 이에 교통공사는 최종적으로 직원 99.8%가 조사에 응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김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이 조사를 거부하라는 공문을 보낸 후 교통공사 직원 1만5000명의 11.2%인 약 1600명만이 조사에 응했고 이중 채용비리 연루자는 108명이었다”고 거듭 확인한 뒤 “이 퍼센티지로 100% 다 조사했다면 무려 1080명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추산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무기계약직 중 정규직 전환 대상의 모수가 1285명이었다”며 “1285명에서 1080명이면 가족·친인척 채용비리에 연루된 비율은 약 8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앞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한국당 의원이 교통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 전환된 1285명 중 8%가 넘는 108명이 교통공사 자녀, 형제, 배우자 등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은 서류·면접·신체검사 3단계를 거쳐 채용되지만 정규직은 서류·필기·면접·인성·신체검사 5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에 공사의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절차가 적은 무기계약직 채용시스템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노린 ‘편법’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처럼 교통공사 인사처장의 아내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태호 교통공사 사장은 정규직 전환자 명단에 인사처장의 배우자가 누락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김 사장은 이날 배포한 사과문에서 “김모 인사처장의 배우자가 정규직 전환자 명단에서 누락됐다는 보도 직후 다시 한번 점검해 본 결과 인사처장의 배우자가 누락된 대신 김모 직원의 사촌이 중복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처장의 배우자는 2001년 5월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돼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시 채용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시민의 관심과 우려가 높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혼선을 드린 점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인사처장은 즉시 직위해제 조치했다”며 “또 즉시 자체 감사에 착수해 고의적으로 명단에서 누락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관련 전수조사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무기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 1285명이 현재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있는 사람들의 거의 친인척이란 게 밝혀졌다”며 서울시가 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려 하자 민주노총이 공문을 보내 전수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노조원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서울시 “감사원에 감사 요청할 것”

서울시가 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공식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7일 “이번 국감을 계기로 교통공사의 채용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그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며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위해 감사원 감사를 공식 요청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 혹시라도 문제가 드러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 차원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의 외주화를 막고 불공정한 고용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산하 기관 직원의 정규직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1단계로 지하철 승강장 유지관리 업무 등을 외주에서 직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으며 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285명은 지난 3월 정규직 전환됐다.

◆교통공사 노조 “채용비리 의혹 과도..한국당 법적 조치”

한편, 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채용비리 의혹이 과도하다”며 채용 문제를 제기한 한국당을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조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교통공사 노조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의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노총이 관여한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라는 성격 규정은 전형적인 정치 공세이며 민주 노조 죽이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는 “신규 채용이든 정규직 전환이든 채용 과정에서 비리는 용납될 수 없고 있다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지난 시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비리나 특정인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 기존 정규직원의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를 ‘채용비리’, ‘고용세습’, ‘특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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