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정신질환·음주 악용 감형 사례 속출→‘무관용 원칙’이 국민 피해 막는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자취를 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비스직종 알바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부모님의 만류로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다. 알바를 하다가 무차별 폭행이나 살인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모님의 걱정이 커졌기 때문. 부모님의 성화 덕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A씨는 그 일을 잘 그만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PC방 살인사건을 접하면서다. A씨도 그동안 알바를 하면서 몇 차례 손님들과 실랑이가 있었다. 큰 다툼은 아니었지만, PC방 살인사건 소식을 들은 후 ‘나도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 하지만 피의자가 10여년 간 우울증을 앓으며 약을 복용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는 분노로 바뀌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음에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으려고 하는 듯한 가해자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회가 급변하고 인간관계도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인들은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다양한 심신장애를 앓고 있고 이 같은 장애가 범행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A씨는 이 같은 분노 범죄가 사회의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점을 이해는 하지만, 심신미약 상태 등을 악용해서 감형을 받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JTBC 뉴스 캡쳐>

심신미약의 정황으로 보고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관행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가 ‘심신미약자’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하지만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심신미약 상태와 상관없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처벌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 심신미약은 면죄부?..비인간적 범죄 그 자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피해자를 담당했던 응급전문의가 피해자의 참담했던 상황을 전해 여론이 분노하고 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피해자가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의 그 시각 담당의가 나였고, 그 뒤에 남겨진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남 교수는 “일요일 아침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침대가 모자를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라며 “상처가 너무 많았다. 복부와 흉부에는 한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개수를 전부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 모두 32개였다고 들었다”라며 상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미친 XX라 생각했다. 경찰이 말다툼이 있어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고 알려 줬다. 둘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의료진이 그 사실을 듣자마자 욕설을 뱉었다”고 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피해자는 처음부터 의식이 없었고 손과 발을 무의식적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다.

남 교수는 “참담한 죽음이었다”라며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자상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피의자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며 “되려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라면서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재발을 방지되기를 누구보다도 강력히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PC방 살인사건과 관련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양천구 강서경찰서 임시청사를 방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하기 위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청장은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한 수사팀 브리핑을 받은 후 피해자 유족을 만났다. 이 청장은 “유족들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며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수사팀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관단체와 협조해 유족들에 대한 경제·심리적 지원도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또 논란이 불거진 경찰의 초동 대처와 동생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이 청장은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강서경찰서는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A씨에 대해 법원의 감정유치장을 발부받아 정신감정을 실시할 방침이다.

감정 유치란 피의자의 정신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치료감호소에서 일정 기간 의사나 전문가의 감정을 받도록 하는 일종의 강제 처분으로, A씨에 대한 정신감정은 최장 1개월 동안 진행된다.

앞서 A씨는 지난 14일 오전 8시10분께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B씨를 30차례 이상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 달라는 요구를 하다 B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이후 밖으로 나간 뒤 흉기를 가지고 돌아와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했다”고 진술했고 평소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심신미약 논란으로 번졌다.

심신미약과 관련된 법 조항은 형법 10조다. 이 조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를 고려해 판단되며 정신질환의 종류와 범행의 동기, 반성의 정도 등도 고려 대상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심신미약은 감경요소로 돼있다.

사건 발생 후 현장 폐쇄회로(CC)TV에 A씨의 동생이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과 함께 경찰의 초동대처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기도 했다.

여기에 A씨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뉴스를 보며 어린 학생이 너무 불쌍했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냐.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될 수 있으니까. 세상이 무서워도 너무 무섭다”며 “자신의 꿈을 위해 어릴 때부터 성실하게 살아온 젊은 영혼이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19일 52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해 6월26일 오후 11시10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A씨의 SUV차량이 마주오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제공=청주 상당경찰서>

# 주취감형제 폐지 한목소리..“술에 관대한 문화 아웃”

이처럼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심신미약 처벌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술에 취한 음주 상태에서 교통사고나 여타 범죄를 저지를 때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는 ‘주취감형’ 제도의 존폐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주취감형 제도 존폐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주 범죄는 감형이 아니라 가중처벌 대상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80.0%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 10명 중 8명은 주취감형제 폐지를 원하는 것. 반면 ‘음주 또한 심신미약의 한 원인이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1.8%에 불과했다.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직업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거나 대다수로 나타났는데 특히 30대와 사무직에서는 폐지 여론이 90%를 넘었다.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폐지 85.9% vs 유지 9.7%)과 진보층(85.9% vs 10.1%), 보수층(77.4% vs 14.7%) 순으로 폐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도 30대(폐지 93.2% vs 유지 5.3%)에서 폐지 여론이 90%를 상회했고 이어 20대(88.3% vs 5.1%)과 40대(87.4% vs 7.6%), 50대(80.7% vs 14.6%), 60대 이상(59.1% vs 21.8%) 순으로 폐지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거나 대다수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폐지 87.8% vs 유지 6.8%)과 서울(83.6% vs 10.6%), 경기·인천(83.0% vs 10.6%), 대구·경북(78.9% vs 12.3%), 광주·전라(74.3% vs 19.0%), 대전·충청·세종(67.6% vs 18.3%) 순으로 폐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대다수로 조사됐다.

직업별로는 사무직(폐지 91.5% vs 유지 4.1%)에서 폐지 여론이 10명 중 9명을 넘었고 무직(82.3% vs 13.9%), 학생(80.2% vs 2.5%), 자영업(76.7% vs 20.7%), 노동직(72.5% vs 21.9%), 가정주부(70.4% vs 12.2%) 등 모든 직업에서 폐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번 통계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 응답률 9.1%에 무선 10% 전화면접, 무선 70%·유선 20%의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조사됐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음주운전 뿌리 뽑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공공기관에서는 음주운전 캠페인, 잦은 단속을 통해 음주운전 막기에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으로 5차례 이상 단속된 상습 음주운전 사범이 전국에 6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음주운전 5회 이상 재범은 6712명이었다.

5회 이상 단속된 상습 음주운전 사범은 2015년에도 6624명, 2016년 6847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경찰청별 5회 이상 음주운전 재범 단속 인원은 경기남부청이 106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청(726명), 경북청(698명), 서울청(449명), 경기북부청(416명), 충남청(412명), 부산청(393명) 등 순이었다.

특히 적발 횟수가 10차례 이상인 음주운전 사범도 2015년 81명에서 2016년 201명, 이듬해 348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음주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음주운전 10회 이상자의 경우 운전면허 취득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음주운전 초범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재범 방지책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 안전을 위한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 정책 토론회에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급증하는 정신질환자, 그러나 범죄관리 대책은 ‘부실’

아울러 정신이상·정신박약·조울증 등 정신질환자 범죄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4년간 총 3만55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강력한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행 헌법상 심신미약으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윤재옥 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자 범죄는 2014년 6265건, 2015년 6980건, 2016년 828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7년은 2014년 대비 44% 증가한 9027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폭력범죄가 9717건으로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고 ▲절도범죄 7930건 ▲강력범죄 2876건 ▲지능범죄 1687건 순이었다.

이는 최근 다양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범죄 역시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범행 대상이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이 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범행 정도 역시 극단적이고 즉흥적인 범죄도 많아 범죄를 미연에 예방하는 일이 쉽지 않다.

윤 의원은 “경찰청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예방과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자 범죄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정신질환 대상자 정보 및 관리를 위해 복지부, 행안부 등 유관 부처 등과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자 같은 심신미약의 경우 형을 줄여주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한편 이들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등의 이름을 빌어 감형, 집행유예 등으로 선고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게 범죄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

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심신미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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