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으면서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스타(?)로 떠오른 모습이다.

최근 금융권 전체가 취업청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의 낙하산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물론 2대 주주로서 한국GM 법인분리에 대한 대응, 자회사 KDB생명보험 부실 등 각종 잡음이 쏟아져 나온 까닭.

일각에서는 사실상 ‘산업은행 국감’이라는 평가를 내놨을 정도로 이 회장을 향한 정치권의 집중포화는 거셌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의 대표적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모습이지만, 올해 국감에서 부끄러운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나면서 이 회장은 이래저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지상욱 의원에 GM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감장서 여야 집중포화 맞은 산업은행..한국GM 사태 ‘책임론’ 급부상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과정에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대응이 부실했다며 이 회장을 집중 질타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이 산업은행의 자료 요청을 무시하고 법인 분리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는데 산업은행은 비토권 행사는 물론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은 한국GM이 진행한 주주총회서 한국GM은 연구개발 신설법인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노조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대 속에서도 기습적으로 주총을 열고 연구개발(R&D)법인 분리안을 단독 의결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GM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공개하며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부서를 묶어 별도 R&D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국내 사업 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반발하며 쟁의행위 돌입을 예고했으며 산업은행 역시 법인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내비쳐왔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은 갑작스럽게 주총이 열린 탓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의결권조차 행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참한 이상 비토권 역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R&D법인 설립을 추진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무력한 모습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정상화를 위해 8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다시 시작된 한국GM의 ‘깜깜이 경영’에 ‘먹튀 논란’도 불거진 것.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제2의 론스타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GM이 5월 산업은행과 계약을 맺을 때부터 먹튀를 하려고 연구법인 분할을 준비해 왔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도 “(GM) 정상화 계약을 체결할 때 법인 분리를 못한다는 내용이 명시됐어야 했다”며 “정상화 협상을 할 때 법인분리 징후를 느끼고도 계약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면 일을 잘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선동 의원은 “법인 분리는 GM이 철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공개된 계약서 내용에 적힌 걸 보면 (법인 분리가) 좋은 의미로 쓰여있는데 이는 행간을 읽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은 “(법인 분리가) 철수 의도라고 단정하는 데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먹튀’라는 것은 공적자금 8000억원을 (산업은행이) 다 날리고 GM이 다 가지는 것인데 저희가 8000억원을 손해 볼 때 GM은 4조원 정도를 손해 보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한국GM의 법인분리에 대해 “‘한국GM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아 (찬성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한국GM의 법인분리가 의결된) 주주총회장은 GM이 안 넣어준 게 아니라 노조의 물리적 방해에 의해 못 들어간 것”이라며 “일종의 업무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회장이 답변한 내용을 두고 다른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위증을 했다고 압박했다.

이 회장은 “(R&D 법인 분리 방안을) 4월 말 마지막 협상 말미에 한국GM이 제시했다”며 “논의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 거절해서 (정상화)계약서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선동 의원은 “법인분리 내용 계약서 포함 거부는 사실상 법인분리를 추진한다는 의도를 간파한 것”이라며 “이는 위증”이라고 말했다.

여당 역시 산업은행의 대응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과연 이 사안에서 철저히 대비를 했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GM 측은 이 문제가 경영권에 대한 문제이므로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GM이 법인 분리를 독단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은행과 GM이 체결한 기본계약서에 GM의 독단을 견제할 장치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이미 4월에 (GM의) R&D법인 신설 의도를 (산업은행이)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후 합의 과정에서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인 회사 분할을 비토권 대상에 포함하려는 선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애당초 인수해선 안될 회사?..부실 지적에 기름부은 이동걸

아울러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생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에 대한 부실과 관련해서도 질타도 이어졌다.

KDB생명의 경영 위기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KDB생명은 10년간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했음에도 부실하고 1조8000억원에 매각됐던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이번에 다시 신한은행으로 매각돼 4조원의 차익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회장은 “매각 당시 오렌지라이프는 당기순이익이 6500억원, KDB생명은 누적적자가 7500억원이라 비교대상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과거 금호생명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회사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여러 차례 증자를 진행했음에도 지급여력(RBC)비율 150%를 간신히 넘기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

산업은행은 과거 부실해진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후 KDB생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KDB생명은 잇따른 증자에도 불구하고 지급여력(RBC)비율이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이 회장은 “KDB생명 인수 과정은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다”며 “직전 3년간 누적적자가 7500억원이었던 만큼 그 부분에 큰 의구심을 갖고 애초에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기업에서 모럴해저드가 보인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ING는 건전한 회사를 판 것이기에 KDB생명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도 인수해선 안될 회사였다”면서도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2017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현황. <자료=김병욱 의원실, 알리오 시스템>

◆개혁 하겠다더니 실천은 없다..‘퇴직자 재취업’ 관행도 여전

최근 퇴직자 재취업 관행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 역시 퇴직자의 재취업 관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한국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산업은행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출자해 구조조정 중인 회사에 7명, PF투자회사에 29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13명, 일반거래처에 10명 등 총 59명이 업무연관성 있는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임 일성으로 산업은행의 개혁을 강조했던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PF투자사에 4명, 일반거래처에 3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2명 등 9명이 재취업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퇴직과 동시에 자리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재취업은 2016년 10월31일 산업은행 혁신안 발표 이후 전면금지됐다고 했으나, 대우건설과 화승의 경우 항목만 바꿔 거래기업 요청에 대응해 일반거래처에 재취업한 것으로 분류됐다.

산업은행이 이들에 대한 재취업 허가 사유를 살펴보면 ▲주주로서 관리·감독 필요성 ▲투자자 및 대주단으로서의 권리 보호 차원 ▲거래기업 요청에 대응 등이었다.

성 의원은 “산업은행의 간부가 대출받은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누가 순수하게 볼 수 있겠냐”며 “자행 출신을 재취업시킬 때 의혹 없도록 각별히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최근 5년간 산업은행 출신이 재취업한 PF기업 12개에 대출된 금액이 1조2364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업 당 1182억원이 대출된 셈.

성 의원은 “PF 투자된 기업들의 수익률을 요청했으나, ‘사업관계자들의 사전동의 없이 제출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수익률도 밝힐 수 없는 깜깜이 사업에 국책은행의 투자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채용은 하늘의 별따기?..지역인재·장애인고용 외면에 유리천장까지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은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 및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은 11.4%에 그쳤다.

전체 금융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평균 27.1%로, 지역인재를 8명 채용한 산업은행이 가장 낮은 수준인 것.

2014년 산업은행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은 20%이었고 2015년에는 이보다 훨씬 줄어든 12.6%였다. 또 2016년에는 다시 23%까지 늘렸다가 이듬해 11.4%로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최근 4년간 산업은행은 금융공공기관의 평균 지역인재 채용률보다 항상 낮았다. 그러나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신규채용 인원 중 지역인재를 35% 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인재 채용에 대한 노력도 미흡했다.

산업은행이 참가한 취업박람회 개최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자체 또는 외부 주최로 이뤄진 취업박람회는 한해 20차례 가량 이뤄졌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 열렸다.

나머지 6번 정도만 지역에서 한 차례씩 열렸으나 특정지역에 치우쳤다. 단적으로 제출받은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강원도권 대학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여기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매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납부한 장애인고용부담금만 17억7000여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1급 이상 임원급에 여성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직급별 남녀 임직원 현황’에 따르면, 임원 8명, 집행부행장 7명, 준법감시인 1명, 1급 86명 등 임원급 고위직 102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임원급 고위직뿐만 아니라 2∼5급 일반직 정규직 사원 2265명 중에도 남성이 1654명으로, 전체의 73.0%를 차지했다.

산업은행에서 높은 직급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5급에서는 588명 중 260명이 여성으로 44.2%를 차지했지만 4급은 31.1%(793명 중 247명), 3급은 17.3%(532명 중 92명)로 줄었다. 2급에서는 3.4%(352명 중 12명)로 5%를 넘지 않았다.

반면 특정직 547명 중에는 여성이 502명으로 91.8%를 기록했다. 특정직은 채용, 이동, 승진, 보수 등에 있어 일반 정규직과 별도의 인사관리체계로 운영된다. 은행업무 중 텔러, 외환, 비서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특정직은 같은 정규직이면서도 채용, 이동, 승진, 보수 등에서 차등이 있어 ‘2등 정규직’이라 불린다.

이는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도 대조된다. 기업은행은 올 3월 일반 정규직과 ‘2등 정규직’으로 구분·운영해오던 급여 및 승진체계를 단일화하고, 7월 정기인사에서 여성본부장 1명과 여성 지점장 13명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기업은행의 1급 이상 임원급 69명 중 여성은 10.1%(7명), 6급 이상 일반직 사원 8790명 중 여성이 41.5%(3648명)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은행 구원투수 이동걸, 투명한 구조조정·국정과제 이행 강조

한편, 이 회장은 투명한 절차에 따른 구조조정과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가경제와 대상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하에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성장 분야의 육성, 창업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정부의 국정과제가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KDB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이기도 한 이 회장은 저서와 기고를 통해 줄곧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산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등의 정부에서도 강도 높은 논조로 재벌개혁을 주창한 바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은 구조조정을 이끌 수장 중 한명으로,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과 ‘재벌개혁’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회장의 외침이 무색할 만큼 실제로는 낙하산 관행과 채용 차별 등으로 계속 잡음이 나오고 있는 실정. 이는 ‘동반성장’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에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장이 국책은행으로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실추된 산업은행 이미지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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