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제조부터 포장까지 전 생산 과정에 있어 전문성과 안전성 및 효율성을 높이겠다”

최근 한 건강기능식품 업무협약 체결식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호 삼성제약 대표가 자신있게 공언한 제약사로서의 ‘전문성’과 ‘안전성’에 위기가 닥쳤다.

광동제약이 삼성제약에 위탁해 생산 중인 해열진통 주사제 아루센주(성분명 아루센주)에서 검은색 이물질이 발견돼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가 내려진 까닭이다.

특히 주사제로 환자들의 사망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며 주사제 안전관리 체계 등이 사회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주사제 이물질 논란은 삼성제약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 몇 년 간 삼성제약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김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 영역 확장 등을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이번 주사제 이물질로 인한 ‘판매 중지’라는 최악의 명령은 결국 김 대표의 의지에 발목을 잡게 됐다.

올해로 창립 90주년을 맞은 ‘까스명수’의 시초,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제약사로 입지를 굳힌 삼성제약. 그러나 제약사로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안전성에 허점이 드러나며 명성과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삼성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제약, 위탁 생산한 주사제서 이물질 검출..‘식중독 주사제’ 이후 또 논란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광동제약이 판매하고 있는 아루센주에서 검은색의 미세한 이물이 발견돼 해당 제품을 잠정 판매 중지하고 회수조치 했다.

회수 대상인 아루센주는 통증이나 고열로 인해 신속하게 정맥 투여할 필요가 있을 때 쓰는 해열진통 주사제로, 광동제약이 삼성제약에 제조를 의뢰해 생산 중이다. 현재 광동제약은 아루센주를 포함해 2개 품목을 삼성제약에 제조 의뢰하고 있다.

식약처는 주사제 이물질 검출과 관련, 삼성제약을 대상으로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등 공장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관련 규정 위반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 등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물 검출 원인이 확인되고 재발방지 등 개선사항 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해당 제품을 판매 중지한다.

삼성제약 주사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6년 8월에도 삼성제약이 제조한 페니실린계 주사제 4품목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발견돼 식약처가 판매금지와 긴급 회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제약이 제조‧판매한 ‘박시린주 1.5그램’, ‘박시린주 750밀리그램’과 대웅제약이 위탁해 삼성제약이 제조한 ‘설바실린주750밀리그램’, ‘설바실린주1.5그램’ 4개 제품의 무균시험에서 ‘바실루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균이 검출됐다.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은 그람양성균으로 일반적으로 비병원성이지만, 일부 균주는 설사형 또는 구토형인 세균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다.

특히 해당 주사제들은 모두 식약당국으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받았다.

서영운 당시 삼성제약 대표는 이 같은 사태와 관련해 “이번 식약처의 조치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제품의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어 환자들과 의료인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지고 다른 의약품 제조와 품질 관리 등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생명 존중’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고객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삼성제약에서 주사제 안전성 문제가 2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신뢰도와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기호 대표, ‘100년 채비’ 마쳤다더니..만성적자에 안전성 문제까지 ‘시끌’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삼성제약은 국내 제약업계 ‘산증인’으로 꼽히는 기업 중 하나다. 국내 장수 제약기업인 삼성제약은 1965년 국내 최초로 소화제에 탄산을 넣은 ‘까스명수’를 선보여 소화제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다.

그러나 과거 영광에 비해 현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모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2017년 영업손실은 68억원으로 전년(63억원) 대비 8.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9억원으로 471억원이던 2016년에 비해 11.18% 하락했다.

물론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016년 기록한 216억원에서 75억원으로 대폭 감소하긴 했지만, 수년째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삼성제약은 1929년 ‘삼성제약소’로 출발했다. 1954년 주식회사로 전환했으며, 1963년에 회사 이름을 삼성제약공업(주)으로 바꿨고, 2014년부터 삼성제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국민건강수호’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삼성제약은 지난해 김상재·김기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특히 ‘리스타트 2020’이라는 비전을 설정,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정하고 실적 개선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과 인재 영입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제약의 ‘100년 채비’를 끝냈다는 김 대표의 자신감에 이번 주사제 이물질 논란은 찬물을 끼얹고 있는 형국.

뿐만 아니라 각자대표 체제 이후 삼성제약의 매출 등이 줄면서 외형성장도 실패했다는 점 역시 회사는 물론 김 대표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삼성제약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주사제 이물질 관련 문제를) 전수조사 중이다”며 “(이물질)원인 등에 대해서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가)언론홍보 담당자가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기업들의 비리나 부패 문제 근절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역사 깊은 삼성제약에서 터진 ‘안전성 허점’은 정부에서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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