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두고 법원행정처와 법무부가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대법원장 산하 법원행정처는 특별재판부 도입이 독립성을 해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의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부처인 법무부는 “위헌이 아니다”라면서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가 특별재판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법원행정처의 공식 입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특별재판부 도입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공식 의견”이라고 못박았다.

안 처장은 “특별재판부 자체뿐만 아니라 아직 사건이 기소도 안 됐는데 재판이 열릴 것을 예상하고 특별재판부를 준비하는 것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처장은 ‘이 의견서가 김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됐냐’는 질의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앞서 안 처장은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 “공식적인 의견은 제출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시사한 바 있다.

또 법원행정처는 6일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성 침해를 근거로 “특별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실로 보냈다.

위헌 주장에 대해 사개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발하자 안 처장은 “한없이 부끄럽고 국민들께 유감”이라면서도 반대의 뜻을 고수했다.

그는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게 있다”면서도 “그러나 10년, 20년 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특별재판부를 도입하게 되면 결국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오후에 속개된 사개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원행정처와는 180도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박 장관은 이날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 아니며 국회의 입법재량권 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 아니며 국회의 입법재량권 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형사법제과는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없으며 사법부 독립성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검토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그렇다면 특별재판부 설치에 찬성하는 것이냐’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물음에는 “법무부 내부 검토 문건에 관해 얘기한 것”이라면서 “법무부가 사법부 문제에 관해 주장하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장관은 “법무부는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담보된 재판부가 구성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특별재판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사실상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는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특별재판부 구성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힘을 실었던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의 국회 통과까지 난관이 적지 않은 모양새로, 여야는 당장 본격적인 협상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반대해온 한국당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사법부와 행정부도 정면으로 충돌해 입법에 난항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