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전·현직 최고위 임직원 총 14명 재고발..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
가습기넷 “국내외서 CMIT·MIT 인체 유해성 확인..더이상 면죄부 안 돼”

[공공뉴스=박계형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SK디스커버리(舊 SK케미칼)와 애경산업 전·현직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다시 고발했다.

이들 업체들은 독성 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해 상당수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음에도, 살균제에 사용한 원료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 등에서 원료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가습기 참사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 임직원 재고발과 함께 관계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고발장 접수를 위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2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SK디스커버리의 최창원 부회장과 김철 사장 등 7명, 애경산업에서는 이윤규·채동석 대표를 포함한 7명 등 이들 업체 전·현직 최고위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가습기넷은 “2016년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하지 않았고, 이들 기업에 면죄부가 됐다”며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댔다”고 비판했다.

앞서 SK디스커버리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CMIT·MIT을 개발했고, 애경산업은 해당 원료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했다.

이에 가습기넷은 2016년 2월과 3월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해기업 임원을 검찰 고발했고, 같은해 8월에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내 독성 실험 결과, CMIT·MIT의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결국 이미 폐 섬유화와 인과관계가 밝혀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 원료를 사용한 옥시 등 기업에 대한 수사와 처벌만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CMIT·MIT의 유독성과 관련된 국내외 학계와 병원 등의 실험 결과들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지난달 애경산업의 제품을 쓴 쌍둥이 자매의 병증을 연구한 결과 CMIT·MIT가 사람의 폐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또한 대구카톨릭대 GLP(비임상시험기관)센터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마우스의 기도 내 점적을 통한 가습기 살균제 CMIT·MIT와 사망 간의 원인적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도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됐다.

뿐만 아니라 해외 학계에서도 CMIT·MIT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가습기넷은 “여러 연구와 자료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다른 원료 물질인 CMIT·MIT도 참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하고 살균제 완제품까지 제조·판매한 SK디스커버리와 인체 유독성을 검증하지 않고 제품을 팔아 이익을 챙긴 애경산업을 재고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현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조사에서 책임 인정 및 사과 의사가 있는지 질의했지만 SK디스커버리와 애경은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진상 규명을 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디스커버리와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사이 연관 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많이 모아졌고, 검찰에 제출도 했다”며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따른 피해자는 6210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1359명, 생존 환자는 4851명이다.

공정위는 올해 초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에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허위 표시·광고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이들 법인과 전·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이후 7년 만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4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2011년 8월31일부터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종료돼 2016년 9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발인 측 주영글 변호사는 “대법원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그 범죄의 결과가 발생한 때에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본다”면서 “이러한 법리는 삼풍 사건이나 성수대교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에도 사망한 피해자가 있어 2022년까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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