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황민우 기자] 대기업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등기이사로 등록될 경우 경영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탓인데 오너일가가 ‘책임 경영’은 회피하면서 실질적 권한만 누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영진의 방만 경영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존재하지만, 감시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거수기 역할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9개 기업집단의 전체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86개사로 전체 소속회사의 21.8%였다.

이는 지난해(17.3%)보다 4.5%포인트 증가한 것.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회사 비율은 2014년 22.8%에서 2015년 21.7%, 2016년 17.8%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지만, 올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총수일가 이사 등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이들이 경영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4년간 연속분석 대상 21개 기업집단에 대한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을 살펴보면, 연속분석 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이사등재율은 2015년 18.4%에서 올해 15.8%까지 줄었다.

또한 총수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대기업은 14곳으로 집계됐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386개사 유형은 주력회사, 지주회사,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 및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이 65.4%에 달했고,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과 사각지대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3%나 됐다.

공정위는 재벌 2·3세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은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경영진의 방만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상법상 2조원 이상 상장사는 3명 이상, 이사 총 수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56개 대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으로 전체 이사 중 50.1%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1년 간 5984건의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의견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건은 단 26건(0.46%) 뿐이었다.

특히 올해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 810건 가운데 부결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단 2건이 수정 또는 조건부 가결됐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상장사는 법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었다. 상법 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내부거래위원회는 법률상 의무는 없다. 그러나 설치 비율은 2014년 23.1%에서 올해 35.6%까지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상장사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1501건) 가운데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모두 8건이다. 내부거래위원회 안건은 100% 통과됐다는 점에서 기업의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는 형식에 불과한 셈이다.

아울러 집중·서면·전자 투표제 등 소수주주권 보호장치가 도입됐음에도 실제로 행사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집중투표제(2명 이상 이사 선임 때 주주에게 선임할 이사 수 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는 253개 상장사 중 11개사(4.4%)가 도입 했지만 실제 행사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서면투표제도 21개사(8.3%)가 도입했지만, 단 13개사(5.1%) 만이 이 같은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전자투표제로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도 56개사(22.1%) 뿐이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돼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영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실질적인 작동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기업집단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 공개해 시장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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