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의존성 강해지자 43명 개인정보 이용, 1만7160정 처방

30대 간호조무사 A씨가 병원에 온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상습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약을 처방받고 있는 A씨가 찍힌 약국 CCTV. <사진제공=서울 동작경찰서, 뉴시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수면유도제 졸피뎀의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환자 개인정보를 도용해 졸피뎀을 처방받아 상습 복용한 간호조무사가 구속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간호조무사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6월14일부터 올해 10월30일까지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스틸녹스(졸피뎀 성분 수면유도제) 1만7160정을 처방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서울 병·의원 3곳에서 근무한 A씨는 환자 43명의 개인정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메모한 뒤 다른 병원에서 개인정보를 도용해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은 한 피해자가 이미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는 이유로 스틸녹스 처방을 거부당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조사 결과 A씨는 2005년부터 불면증으로 졸피뎀을 복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내성과 의존성이 점차 강해지자 더 많은 졸피뎀이 필요했고, 결국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타인의 개인정보로 처방받은 졸피뎀을 하루에 5~10정씩 복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에서 환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인의 마약류 복용과 개인정보 도용에 대해서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졸피뎀을 장기간 다량 처방할 수 없게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졸피뎀의 효능·효과를 기존 ‘불면증 치료’에서 ‘불면증의 단기 치료’로 변경하고 ‘치료 기간은 가능한 한 짧아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특히 ‘치료기간은 4주를 넘지 않도록 한다’면서 ‘환자 상태에 대한 재평가 없이 최대 치료 기간을 초과해 투여해서는 안 된다’고도 적시했다.

이는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남용과 의존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된 데 따른 조치다.

졸피뎀은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수면유도제로, 범죄에 악용되면서 성분명 자체가 널리 알려지게 된 전문의약품이다. 다량 처방받아 과량 복용하거나 음성으로 거래하는 등의 오남용 문제가 지적돼왔다.

이번 허가사항 변경으로 졸피뎀을 장기간 다량 처방받는 환자가 줄어들 경우 오남용 문제 해결에 적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지널의약품인 스틸녹스의 허가사항은 이미 변경됐으며 이번 조치는 오는 26일 12개 졸피뎀 복제약에 대해 적용된다.

식약처는 “의약품 처방은 의료진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4주라는 기간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의료진이 처방을 할 때 용법, 용량 등 참고할 수 있도록 주의사항을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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