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관 파열:‘지뢰밭’ 된 도심 곳곳→공공부문 안전관리 강화가 국민 생명 지킨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온수관 파열, 또?” 최근 A씨는 위험대비에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됐다. 일산 백석동 온수관 파열에 이어 비슷한 사고가 부산에서도 발생해 설마 했지만, 서울 목동과 경기도 안산에서도 파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기 때문. A씨는 뉴스에서 봤던 것처럼 길을 걷고 있다가 갑자기 뜨거운 물이 솟구쳐 테러 아닌 테러를 당하게 될까봐 두려워졌다. ‘이번에는 어디일까?’ ‘설마 우리 집은 아니겠지?’ 등의 생각이 스치면서 더 이상 뉴스 속에서만 듣던 사례가 아니게 될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는 노후화된 온수관이 원인이지만 이 같은 부분들이 미리 점검을 통해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씁쓸함마저 들었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를 갑작스런 사고를 대비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 A씨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43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이번 온수관 파열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화상 등의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뉴시스>

최근 사회 기반시설에서 연일 사고가 터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 한복판의 건물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주택가의 온수관이 연속해서 파열되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

특히 온수관 파열 사고는 이달 들어서만 4번째다. 끊이지 않는 사고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내년 3월 말까지 사고 위험구간에 대한 보강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추가 사고 가능성은 여전히 배재할 수 없는 상태다.

# 온수관 파열, 일산→부산→목동→안산..다음은 어디?

최근 열흘 사이 경기도 일산, 부산, 서울 목동, 안산에서 온수관 또는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도 안산에서 온수관이 파열된 지 이틀 만에 상수도관이 파열돼 주변 도로가 통제되는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14일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50분께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 묻힌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상가건물 1∼2개 동의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가 5시간 만인 오전 5시52분께 복구됐다.

뿐만 아니라 상수도관에서 도로로 수돗물이 흘러나와 편도 3차로 가운데 2개 차로의 통행이 제한됐다.

경찰과 안산시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8시35분께는 단원구 고잔동 푸르지오 3차 아파트 단지 인근에 묻힌 온수관이 파열됐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 사고로 인근 1137세대에 온수 공급이 끊겼다.

해당 온수관은 2002년 고잔신도시가 조성될 당시 매설됐다. 이후 배관 외부 피복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벗겨졌고 해당 부분을 중심으로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와 안산도시개발은 긴급 복구작업에 나서 4시간여 만에 온수와 난방 공급을 재개했다.

이처럼 온수관 파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목동 1단지 아파트 단지 인근 온수관은 11일 오전 8시50분께 터졌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1차 복구됐으나 추가 파열이 발견돼 이튿날 오전 2시가 돼서야 완전히 복구됐다. 하지만 사고로 인근 1882세대가 온수 및 난방 공급을 17시간 이상 받지 못했다.

또 5일 오전 9시께 부산 해운대구 베니키아호텔 옆 도로에서는 온천수가 도로와 맨홀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왔으며 4일 오후 8시께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로 배관이 파열되면서 100℃ 내외의 뜨거운 물과 증기가 도로변과 인도로 치솟아 이 일대 3만㎡가 침수됐으며 일부 화재가 나는 한편 교통이 통제되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파열된 배관은 섭씨 100℃ 내외의 뜨거운 물을 인근 아파트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이 일대 아파트단지 일부 세대의 온수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

특히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1명이고 화상 등 부상자는 모두 55명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는 온수배관 파열 사고에 대해 사과하며 빠른 복구를 지시한 바 있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임직원들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 누수 사고와 관련해 국민과 유가족, 사고피해자 등에게 죄송하다며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난방공사 측은 이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 노후 열수송관 ‘203곳’ 이상징후..하지만 민간 관리구간은 점검 ‘사각지대’

앞서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참사를 계기로 20년 이상된 열수송관 686km 전구간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 203곳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하지만 백석역 사고에 이어 발생한 서울 목동아파트와 안산시 고잔동 온수관 파열 사고는 공사가 아닌 민간 관리 구간이다 보니 점검 대상에서 빠져 관리 사각지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5일부터 12일 새벽까지 전국 온수배관 2164km 가운데 20년 이상된 686km를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 21대와 93명을 투입해 긴급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03곳에서 지열차가 확인됐다.

이상지점을 지역난방공사의 지사별로 분류하면 ▲중앙(여의도·상암·반포) 78곳 ▲분당 49곳▲고양 24곳 ▲강남 18곳 ▲용인·대구 15곳 ▲수원 7곳 등에서 온수 배관에 대한 이상이 발견됐다.

전체 203곳 중에서 지열차가 커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점은 총 16곳으로 조사됐다. 고양에서 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분당이 4곳, 수원·대구가 각각 2곳, 강남이 1곳, 중앙이 1곳으로 조사됐다.

위험지역 16곳 중 현재 굴착이 완료되지 않은 지점에 대해서는 추가 굴착을 진행하고 이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점에 대해서는 필요시 향후 추가 굴착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난방공사는 203곳 중 16곳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는 13일부터 1월12일까지 정밀장비와 정밀기법을 활용해 관로 구조분석 시행 후 필요시 굴착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열수송관 관리는 공사와 민간이 거의 절반으로 나눠서 맡고 있어 이번 20년 이상 노후관 686km(공사 전체 수송관의 32%) 긴급점검도 공사가 관리하는 곳에만 한정됐다.

백석역 사고 이후 연이어 11일과 12일에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및 안산시 고잔동에서 각각 발생한 비슷한 온수관 파열 사고도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지만 모두 공사가 관리하는 구간은 아니었다.

목동은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 안산은 안산도시개발이 각각 관리는 맡고 있어 이번 공사의 점검 대상에서는 빠졌다.

더욱이 민간관리 노후 열수송관 점검은 백석역 사고 다음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기자간담회에서도 따로 언급되지 않은 데다, 공사가 진행한 점검 당시 추가로 온수관 누수 사고가 발생해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도 민간 관리부분이 사실상 사각지대임을 시인했다.

황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난방공사 30여년 역사에서 온수관에 금이 가거나 찢긴 사고는 왕왕 있었지만 백석역 같은 폭발형 사고는 처음이었다”며 “앞으로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민간까지 안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비를 지원하고 보상과 치료비 등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유족 및 사고 피해자와 열공급 중단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 관계기관 합동감식에서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파손된 온수관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홍남기 “온수관 파열 등 공공기관 관리 부실 짚어볼 것”

한편, 지역난방공사 배관 파열 등 공공부문의 사고가 이어진 데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관리 측면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 일련의 사고와 연관성을 짚어볼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충남 아산시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공공 부문 사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공공기관 관리, 투자, 평가, 인력 운용 등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해당 기관이 스스로 점검하게 하고 바꿔야 할 것이 있으면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홍 부총리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안전 관련 항목의 배점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하고서 “그것이 해답은 아니지만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20년 이상된 열 수송관이 잇따라 파열되면서 백석역 사고와 같은 재난이 또다시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후관이 1990년대 초 지어진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 지하시설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지하시설물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하매설물에 책임이 있는 모든 기관이 나서서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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