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기업·40% 정부 책임..사용자 중 피해신고는 4.1% 그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과 관련해 국민 10명 중 7명은 아직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정부보다 기업에 있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습기 살균제 여론조사 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항목에 대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69.7%를 차지했다. 이어 ‘잘 모름’, ‘잘 해결됐을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8.0%, 12.3%에 그쳤다.

특히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8%는 기업을 선택했고, 정부(40.5%)와 소비자(1.6%)가 뒤를 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방향을 제조사로 집중해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정부에도 상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최근 검찰이 SK와 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수사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 결과는 시의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을 상대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경험과 관련해 응답자의 25.8%가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들 가운데 피해신고를 한 이들은 4.1%에 불과했다.

피해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건강피해가 없다고 생각해서(42.6%) ▲신고해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21.5%) ▲신고해야 하는지 몰라서(20.0%) ▲구매증거가 없어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6.0%) 순으로 확인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피해신고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그간 제조사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고 사실상 외면해왔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으로 잠재적 피해자를 찾아 치료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17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착수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전 의원은 4일 자료를 통해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고발인 조사 착수를 환영하며, 피고발인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27일 전 의원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SK케미칼 전·현직 대표이사들과 애경산업 전·현직 대표이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가습기넷은 이번 고발인 조사를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수사 재개’로 받아들여 환영의 뜻을 표하고 검찰이 조속히 피고발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던 2011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발생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으로 지목하며 제품 전량회수 및 성분분석, 정보 공개를 촉구한 바 있다.

또 2018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SK와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처럼 ‘가습기 살균제 특유의 폐 질환’을 일으킨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기업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 SK와 애경도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환기시켰다.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12월에는 검찰청사 앞에서 수사 촉구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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