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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사법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양승태 검찰 출석에 “구속 수사하라” vs “검찰은 정권의 하수인”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 취임식서 사법농단 반성·혁신 강조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현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면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다.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은 취임식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피의자 소환과 대법원 정문 앞 입장문 발표로 어수선한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재판거래’ 의혹과 이에 따른 사법불신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서울 서초동 일대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요구와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양승태 검찰소환에 즈음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사상 첫 대법원장 검찰 소환..“국민께 죄송”

‘재판거래’로 법조계 일대에 혼란을 일으킨 양 전 대법원장이 11일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이날 오전 9시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의자 신분인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향후 자신이 재판받게 될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힌 것.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이날까지도 시종일관 책임회피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그는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는다”며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 자신은 ‘재판거래’ 혐의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전혀 없으며 후배 법관들이 저질렀을 지도 모를 ‘재판거래’에 대해선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후배 법관의 개인적 일탈로 사건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감이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중당 등이 연대한 ‘양승태 사법 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는 이날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 농단의 몸통인 양승태를 구속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등 재판에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맞춰 개입했음이 밝혀졌으며, 정책에 반대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점도 확인됐다”며 “사법부의 신뢰도 추락은 이런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면서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을 철저하게 수사해 사법 농단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검찰에 나오기 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대법원 앞 기자회견은 적폐 판사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사법부에 동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도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신분이 아니다”라며 “전 대법원장이 아닌 사법 농단을 통해 국정을 어지럽힌 중차대한 대형 사건의 총 책임자로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인 애국문화협회와 자유연대, 자유대한호국당, 턴라이트 등은 같은 시간 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수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검찰을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손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시위했다.

이들의 현수막에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의 과거사 정립,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 안정을 고려한 판결, 국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판결,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 교육개혁에 초석이 될 수 있는 판결, 이것이 사법 농단인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조재연 신임 법원 행청처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재연, 사법부 혁신 강조..“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아래로”

한편, 조 처장이 11일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며 사법부의 혁신을 강조했다.

조 처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사법부가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에 둔감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한 반성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더 개방적이 되고 더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우리는 과연 진정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 사법부의 닫힌 성 안에 안주해 변화를 외면한 것 아닌지, 법관의 독립을 특권으로 인식하며 기댄 적 없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법대 위에서 내려보아만 왔다”며 “그러다 보면 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인지 잊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며 “가까운 곳과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처장은 현재 법원행정처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로 사법행정개혁 방안의 입법화, 사법부 내부 구성원의 소통과 치유, 사법제도의 개선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사법부의 위상은 끝 모르게 떨어졌고 법관들과 법원 가족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너무도 깊다”며 “지금부터라도 의견을 모으고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법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추진하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의 참여를 통해 공감과 지지를 얻는 방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아울러 조 처장은 “과거의 잘못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원칙에서 벗어나 비롯됐다면, 이를 시정하고 단죄하는 일도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만큼 자신이 마지막 행정처장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공직자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맡은 소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며 “저는 끝까지 배에 남아 항구까지 무사히 배를 인도하는 선장의 자세로 임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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