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조업실적 허위 등으로 수십억원 보상금 챙긴 ‘가짜해녀’ 130여명 검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국가 보조금이나 보상금이 그릇된 인식과 관행으로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가가 용도에 맞게 사용하라며 지원한 예산을 마치 내 돈인 양 마구잡이로 사용하다 적발돼 사법처리 되고 있지만, 여전히 범죄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증거다.

결국 불법행위를 감시·감독하는 시스템의 허점과 미미한 처벌이 범죄의 유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방치하는 게 주요 원인인 셈.

때문에 눈먼 돈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엄격한 검증시스템과 철저한 사업점검 등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사진=YTN 뉴스 캡쳐>

◆어업피해 보상금은 ‘눈먼 돈’..택시기사·환자까지 마을 전체 범죄 가담

울산의 한 어촌마을에서 ‘가짜 해녀’로 등록하거나 조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수십억원대 어업 피해 보상금을 챙긴 어촌계장과 주민 등 130여명이 무더기로 해경에 검거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나잠어업(해녀) 조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주민들이 각종 해상 공사의 피해 보상금을 받도록 한 마을 어촌계장 A씨와 전 이장 B씨, 전 한국수력원자력 보상담당자 C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나잠어업 피해 보상금을 부당 수령한 가짜 해녀 등 주민 130명을 사기와 사기 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6년 초 3년(2011∼2013년)간의 나잠어업 조업 실적 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한 마을 주민들이 수십억원대의 어업 피해 보상금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이들은 그 대가로 주민 1명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돈을 받았다.

당시 울주군 서생면 일대 어촌은 모두 어업 피해 보상금 수령을 위해 조업 실적 자료를 제출하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러나 이 마을 주민들은 조업 실적이 없거나 실적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탓에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A씨 등과 공모해 실적을 허위로 만들기로 했다.

A씨와 B씨는 고리원자력본부에서 12년간 보상 민원업무를 담당한 전직 한수원 직원 C씨와 함께 A4용지 10박스 분량의 개인별 허위 조업 실적을 만들었다.

C씨는 A씨 등으로부터 2007년 고리원전과의 협의 보상 시 작성됐던 총생산량 자료, 해녀 명단, 자체적으로 정한 주민별 보상 등급표 등을 건네받고, 해녀들이 작업하기 좋은 물때가 기재된 기상 자료를 입수해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생산량을 임의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허위 조업 실적 자료를 만들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이 실적을 개인 노트나 메모지에 받아 적어 자신들의 진짜 조업 실적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해당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신고증을 발급받아 해녀가 돼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나잠어업 보상금은 어업 피해 조사 기관에서 나잠어업 신고자들을 대상으로 조업 실적, 실제 종사 여부를 확인해 보상 등급을 결정한 후 어업피해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감정평가기관에서 보상금을 산정해 개인별로 지급한다.

이 마을에는 나잠어업 신고자가 약 130여명에 달했으나 수사 결과 이 중 80%인 107명이 가짜 해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가짜 해녀 중에는 PC방 사장, 체육관 관장, 택시기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비원 등이 있었으며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나 심지어 병을 앓고 있는 환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마을 주민들은 본인뿐 아니라 친인척까지 가짜 해녀로 등록했다.

더욱이 가짜 해녀뿐 아니라 진짜 해녀들도 허위로 조업 실적을 만드는 데 가담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어업 피해 보상금은 모두 14억여원에 달한다.

어업 피해 조사를 담당한 모 대학교 수산과학원 D교수도 마을에서 제출한 허위 조업 실적을 토대로 어업 피해 조사 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해경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은 또 이 마을의 옆 마을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조업 실적을 꾸며 7억여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을 포착하고 마을 어촌계장을 입건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은 부당하게 지급된 어업 피해 보상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울주군의 다른 마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마을 주민 전체가 범죄에 가담한 것”이라며 “철저한 추가 수사를 통해 국민의 세금인 보상금이 허술하게 지급되는 것을 막고, 어업 피해 보상금은 ‘눈먼 돈’이라는 어촌마을의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청 본관 전경. <사진=뉴시스>

◆경남도, 아동복지시설 보조금 부정수급 101건 적발..‘눈먼 돈’ 인식 여전

한편, 경남 지역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보조금이 ‘눈먼 돈’으로 인식돼 이를 횡령·유용하는 등 부정수급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까지 도내 아동복지시설 46곳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실시해 101건, 3억5000여만원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에서 적발된 A시설은 인터넷 뱅킹, CD이체 거래기록을 173회에 걸쳐 정당한 채주에게 지급된 것처럼 조작해 보조금 등 총 5600여만원을 횡령 또는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B시설에서는 아동들에게 지급해야 할 급식비를 수십 차례에 걸쳐 개인통장으로 이체해 6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C시설은 사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고난 후에도 지출 증빙 없이 운영비를 개인 통장으로 이체해 사용하고 시설장 가족 소유 건물의 공사비로 사용하는 등 모두 700여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D시설 등 7곳은 해외출국과 병원입원, 야영수련회 등으로 결석한 아동을 출석한 것처럼 시설 종사자나 친구들이 대리 서명하는 방법으로 조작해 급식비 등 2300여만원을 빼돌렸다.

이 밖에 시설 공용차량과 난방보일러 기름탱크 용량 초과와 개인 차량에 주유하는 등 총 3000여만원의 유류비를 부당 집행했고 대표자 겸 시설장과 친족만으로 구성된 시설의 종사자 퇴직금 7500여만원을 부당하게 적립했다.

아울러 시설 종사자는 필수 운영시간을 포함해 하루 8시간 이상 상근해야 하지만 근무지를 무탈한 사실도 다수 적발돼 근태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도는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아동복지시설 3곳의 시설종사자 3명을 고발하고 해당 시설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해당 시군에 요구하기로 했다.

보조금 거짓·부정집행, 용도외 사용, 법령 등 위반에 따른 보조금 부정수급 3억5000여만원은 전액 회수 조치할 예정이다.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보조금 교부·정산, 현장점검 실효성 확보 방안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와 도 소관부서, 시군에 개선 건의 또는 권고할 계획이다.

도는 특정감사 결과를 도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지적 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시군과 도 소관 부서에 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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