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발포주 독주에 초강수?..‘1만원에 12캔’으로 소비자 공략 나서기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국내 맥주업계 부동의 1위인 오비맥주가 발포주 시장에서 독주 중인 하이트진로를 잡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은 모양새다.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를 겨냥해 오는 2월 발포주 신제품인 ‘필굿’ 출시를 예고했지만, 지나친 경쟁사 베끼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까닭.  

앞서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신제품을 내놨을 당시 오비맥주는 “맥주가 아니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반 맥주시장이 쇠퇴하고 발포주 시장이 커지자 뒤늦게 자존심을 버리고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따라쟁이’ 오명까지 쓰고 있는 모습.

필굿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필라이트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비맥주가 주류업계에서 매우 드문 ‘미투 제품’ 논란을 이겨내고 소비자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오비맥주의 신제품 발포주 ‘필굿’과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오비맥주 ‘필굿’ 발포주 시장 도전장..필라이트 독주 막나?

2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내달 중순부터 발포주 신제품 ‘필굿’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한다.

필굿은 이천공장에서 355ml, 500ml 캔 두 종류로 생산되며 가격대는 1만원에 12캔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발포주는 맥주 맛이 나지만 법적으로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맥주는 주원료인 맥아 함량 비율이 10% 이상이어야 하나 발포주는 10% 미만으로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발포주에는 맥주에 적용되는 주세 72%(출고원가 기준)가 아닌 기타주류의 30%가 적용된다.

또 교육세도 맥주(주세의 30%)보다 낮은 10%가 적용되기 때문에 1만원에 12캔 판매가 가능한 이유다.

필굿 제품은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실제 소비자를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가벼운 목 넘김’, ‘깔끔한 끝 맛’, ‘마시기에 편안한 느낌’ 등의 측면에서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

아울러 맥주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필굿 패키지 전면에 발포주를 뜻하는 영어단어 ‘Happoshu’를 표기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차례의 사전 조사를 통해 발포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유 연상 이미지를 제품 콘셉트에 최대한 반영했다”며 “패키지 디자인은 카테고리의 일관성을 보여주면서도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 더욱 차별화한 맛과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 진출은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독주를 막기 위한 맞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7년 4월 업계 최초로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출시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등에서 발포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발포주 시장에 발을 들였다.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가 최근 몇 년간 선보인 신제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제품으로 꼽힌다. 필라이트는 12캔에 1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빠르게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출시 후 1년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억 캔을 돌파했다.

부진을 겪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었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후속작 ‘필라이트 후레시’를 내놓았다.

이 같은 추세 속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필라이트의 높은 인기와 발포주 시장의 확대를 보고 뒤늦게 필굿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필굿이 필라이트와 제품명, 패키지 디자인 등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

공교롭게 오비맥주는 제품명 필굿에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처럼 ‘필’(FiL)을 강조하고 동일한 스펠링을 사용했다. 심지어 글씨체마저 매우 유사하다.

또한 하이트진로가 코끼리 캐릭터 ‘필리’를 제품 패키지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가운데 필굿 역시 동물 캐릭터인 고래를 제품 패키지에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가정용 시장에 진출해 ‘12캔에 1만원’이라고 알린 전략도 매우 유사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맥주 아니다” 평가 절하한 오비맥주, 자존심 내려놓은 결과물 얻을까

한편, 맥주시장 독보적 1위인 오비맥주는 2위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를 출시했을 때만해도 “맥주가 아니다”라며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필라이트가 가성비를 앞세워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자존심을 굽히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수입맥주와 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주세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수입맥주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포주 시장에 진출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입맥주에 밀려 국산 맥주 점유율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 대기업 3사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95.1%에서 2017년 82.8%까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입 맥주 점유율은 4.9%에서 16.7%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국산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카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맥주사업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서 오비맥주의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발포주 출시에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발포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산 맥주시장을 위협할 수 있고 발포주 자체가 수입맥주와 경쟁보다는 국산 맥주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맥주를 비롯한 주류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성을 강조하고 정통성을 내세우기 때문에 오비맥주의 미투 제품 논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공공뉴스>는 회사 측 입장 등을 듣기 위해 오비맥주 홍보실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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