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SK브로드밴드는 고객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객 최우선’을 외치던 SK브로드밴드가 소비자 이익 침해에 앞장섰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17년 12월 고객들의 초고속인터넷 해지 요구를 고의적으로 회피·지연하는 등 행위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 받았지만, 정부의 시정명령을 무시한 채 ‘2차 해지방어’ 전담조직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보호’ 1위 타이틀을 얻으며 ‘방통위원장 표창’까지 받은 상황에서 이 같은 구설에 휘말리면서 수상자 선정 기준에 대한 공정성 및 자격론 논란이 급부상하고 있는 모습.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SK브로드밴드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SK브로드밴드, 방통위 시정명령 무시하고 ‘2차 해지방어’?

21일 방통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고객의 초고속인터넷·결합상품을 해지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사실 조사를 받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SK브로드밴드 등이 소비자 서비스 해지를 접수한 뒤 해지 철회나 재약정을 유도하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담조직을 만들어 운영했다며 위법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관련 법규에서는 소비자가 통신사에 전화로 계약 해지의사를 통보하면 통신사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1차 해지방어’까지는 마케팅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해지 접수를 한 이후에도 철회를 재차 설득하는 ‘2차 해지방어’는 위법이다.

앞서 방통위는 2017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 철회나 재약정을 유도했다고 판단하고 그해 12월 이들 통신 4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9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과징금 1억400만원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시정명령 이후에도 SK브로드밴드는 고객센터에 2차 해지방어 전담조직을 계속 운영해 왔다는 게 방통위의 판단.

방통위는 이용자의 서비스 해지를 막는 과정에서 이용자 이익 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2조의2 1항에 따라 시정명령 불이행 사업자에게 매출의 0.3% 내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업 일부 정지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SK브로드밴드에 상담원 녹취록 등 자료를 요청해 의혹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석연치 않은 방통위원장 표창..수상자 공정성 시비 불거지나 

이런 가운데 방통위와 SK브로드밴드 사이에 은밀한 커넥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되는 분위기.

SK브로드밴드가 시정명령을 받고도 KT, LG유플러스와 같이 관련 조직을 빠르게 폐지하지 않다가 조사 착수 전 해당 조직을 없다는 의심으로, 방통위가 SK브로드밴드의 위법 사실을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의혹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시정명령 이행 여부에 대해 꾸준한 점검을 진행해 왔다”면서 “해당 업무(시정명령 이행 점검)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점검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그러나 방통위 측 입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12월 말 방통위가 주관하는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보호 업무평가에서 SK브로드밴드가 ‘올해 최우수 사업자’로 선정돼 방통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매년 통신사업자, 포털, 앱마켓 등 6개 서비스 분야의 31개사(중복 제외시 23개사)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 고객센터 통화 편리성, 이용자 만족도 등을 평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970점으로 참가 사업자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무시하고 꾸준히 고객을 상대로 위법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되는 SK브로드밴드가 전체 평가대상 사업자 중 1위를 차지, 방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는 것에 자격 적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  

SK브로드밴드는 당시 고객가치 최우선 경영 실천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강조했지만, 수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SK브로드밴드가 이용자 의견 수렴을 위해 운영하는 ‘온라인 고객컨설턴트’ 9기 위촉식 모습 <사진=SK브로드밴드>

◆회사 측 “2차 해지방어 전담조직 없앴다.. 조사 성실히 임할 것”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홍보실 관계자는 “1차 해지방어 후 (고객에게) 1~2차례 더 전화한 것에 대한 조사”라며 “과거 방통위 조치 후 2차 해지방어 전담조직은 없앴으며 현재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타 통신사와 달리) SK브로드밴드는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조직이 따로 있어 (근로자 문제 등을 고려해) 방통위와 시정 기간을 합의했고 경쟁 통신사들보다 서서히 조직을 줄여나갔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사실관계 조사 차원”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고객중심 경영을 위해 2014년부터 ‘B서포터즈(고객 자문단)’, ‘B패밀리(현장자문단)’, ‘B보이스(온라인자문단)’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컨설팅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의혹에 불씨가 당겨지면서 그동안 걸어온 ‘고객 경영’ 행보가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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