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해외여행 늘자 홍역 등 기승→유입 경로 차단 및 개인위생 준수 필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둘째를 임신 중인 30대 주부 A씨는 최근 수도권에서도 홍역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연일 집에만 머물고 있는 상태다. 5살 된 첫째 딸아이와 자신의 몸이 걱정됐기 때문. A씨는 일찌감치 예방접종은 시켰지만 워낙 전염성이 강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 꺼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설 연휴 친정을 방문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 남편의 출장으로 이번에는 자차를 이용하지 못해 A씨는 딸과 함께 기차를 타고 친정에 가려 했지만, 특히 기차역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 만큼 더욱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연말부터 부모님께서 첫째 자녀를 무척 보고 싶어 했기에 찾아뵈려 했지만 점점 빠르게 홍역이 확산돼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A씨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걱정이 커진 A씨는 남편과 함께 논의를 했으나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가도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주위 엄마들은 가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는 바람에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홍역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3일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 앞에 홍역 증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홍역이 한반도 곳곳에 퍼지면서 홍역 감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홍역 확진 환자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특히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해외 유입 질병이 발생하고 있지만 구멍 뚫린 정부의 질병 관리에 국민은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때문에 정부의 질병 해외 유입 방지에 대한 강력한 대책 마련과 함께 홍역의 국내 확산이 조기 차단될 수 있도록 발 빠른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홍역 확진자 또다시 발생..1명 추가로 총 38명

전국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는 가운데 서울 강동구에서 홍역 환자 1명이 추가로 나와 이번 겨울 홍역 확진자는 총 38명으로 늘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전염성이 강한 홍역 바이러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강동구에서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추가 환자 1명이 발견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추가 확진자로 알려진 환자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17세 청소년으로 미국 여행 후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발생 지역인 대구(17명)와 경기 안산·시흥(12명)에서는 23일 이후 이틀째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단발생 29명(2건), 개별사례 9명 등 총 38명의 홍역 환자가 신고됐다. 확진자 38명 가운데 27명은 발진 후 4일이 경과돼 전염력이 없어 격리 해제됐으며 나머지 11명은 격리 중이다.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홍역 바이러스는 접촉자의 90% 이상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역에 걸리면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증상 등이 나타나고 나중에 고열과 함께 얼굴을 시작으로 온몸에 발진이 일어난다.

침 또는 재채기 등으로 호흡기 비말(침방울)과 공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를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과 함께 귀가 이후 30초 이상 손 세척 등 개인위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경우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등 기침 예절을 지키고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9월10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 당국 관계자가 열화상 감지 카메라로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직항 입국 10만명당 1.4명, 해외서 감염병 안고 입국

최근 해외에서 유입된 홍역으로 국내 감염 환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2017년 국내 입국자 중 529명이 해외유입 감염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에서 직항 비행기로 입국하는 약 10만명 중 1.4명이 홍역, 뎅기열 등의 감염병을 안고 들어오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국가별 국외유입감염병 환자 발생률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해외에서 감염병에 걸린 후 국내로 입국한 내외국인은 총 529명이었다.

감염병은 ▲뎅기열 171건(32.4%) ▲말라리아 79건(15.0%) ▲세균성이질 69건(13.1%) ▲장티푸스 50건(9.5%) ▲A형 간염 37건(7.0%) ▲파라티푸스 19건(3.6%) ▲수두 17건(3.2%)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16건(3.0%) ▲라임병 13건(2.5%) ▲지카바이러스감염증 11건(2.1%) 등으로 확인됐다.

감염자들이 입국 전 방문한 지역은 아시아가 4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프리카(80명), 아메리카 (15명), 유럽(10명), 중동(5명) 순이었다. 주요 유입국은 필리핀(112명), 베트남(69명), 태국(45명), 인도(40명), 라오스(26명), 중국(24명) 등 주로 아시아 국가였다.

이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항 비행기 입국자 10만명당 국외유입감염병 발생률을 산출한 결과 1.36명이 나왔다.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가 381.61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아프리카를 여행할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말라리아 등에 걸려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아시아는 1.33명, 중동은 1.01명이었고 아메리카와 유럽, 오세아니아는 0.36∼0.42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발생률이 낮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인도가 10만명당 22.1명으로 가장 높았고 동남아시아의 미얀마(19.0), 라오스(13.0), 몰디브(5.9), 멕시코(5.2), 필리핀(4.9), 에티오피아(4.8), 캄보디아(4.7), 카자흐스탄(4.7), 인도네시아(4.6), 스페인(2.9), 네팔(2.7), 베트남(2.3) 등이 뒤를 이었다.

직항 입국자가 많음에도 해외유입감염병 발생률이 낮은 나라도 있었다. 일본, 중국, 미국, 대만이었다.

보고서는 “해외여행객 증가에 따라 국내로 유입되는 감염병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지역·국가별 해외유입 감염병 발생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 홍역·미세먼지 대책 등에 정부·지자체와 손잡는다

한편, 설 명절을 앞두고 홍역과 미세먼지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정부 각 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홍역이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예방접종 독려를 요청하고 시, 군, 구별 진료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다음 달 15일 시행될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른 비상저감조치의 일환으로 수도권에서 배출가스를 많이 발생하는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할 것임을 알릴 예정이다.

주민들이 5등급 차량을 운행하다 과태료를 부과 받는 일이 없도록 각 지자체에 홍보와 안내를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사고발생 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교통사고, 화재, 전기·가스 사고, 산재 등 인명 피해가 크게 날 수 있는 사안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연휴기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과거 설 명절에 발생한 사고 사례를 분석해 사전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또 재난 및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비상근무체계를 강화한다.

지난달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홍역 유행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보건당국과 각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해외여행이 잦은 만큼 국내에서 발생한 홍역도 유전자형으로 볼 때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홍역이 유행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백신접종률이 크게 떨어진 점이 꼽히고 있다. 홍역은 MMR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이 가능하지만 20, 30대 젊은층 다수가 홍역에 감염됐음에도 이들은 홍역 예방접종 사각지대에 있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보건당국과 자치단체, 유관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철저한 감염병 관리와 함께 국민들의 위생수칙 준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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