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돋보기] 달라진 임종문화, 무의미한 연명치료 없다
[공공돋보기] 달라진 임종문화, 무의미한 연명치료 없다
존엄사법 시행 1년..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환자 3만5000명 훌쩍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1.3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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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이른바 ‘존엄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경과하면서 우리나라의 임종문화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기보다 연명의료 중단·유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단지 목숨만 연명하기보다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전체 5.0%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매우 적은 것으로 실정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의료기관 전체 5% 불과

30일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해 2월4일 본격 시행된 이후 이달 28일 현재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5431명에 달했다.

이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약 1년 만이다.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자 2만1291명, 여자 1만4140명이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특히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기간이 길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6개월엔 1만4787명, 7개월 1만7830명, 8개월 2만742명, 9개월 2만4331명, 10개월 2만8256명, 11개월 3만2211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각각 1만1255명(31.8%), 1만2731명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7%를 차지했다.

반면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 뒀다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칠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83명(0.8%)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31.5%(1만1162명)에 불과했다. 이는 미처 연명의료 계획서 등을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가 많은 탓에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아울러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해 이달 28일 현재까지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3059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3만6508명, 여자 7만6551명으로 여자가 훨씬 많았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94곳(지역 보건의료기관 23곳, 의료기관 49곳, 비영리법인·단체 21곳, 공공기관 1곳)이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 환자 중에서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만6065명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가 암 등의 말기 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환자 스스로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된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전체 3337곳 중에서 168곳(5.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42곳 모두 100% 윤리위를 설치했지만 종합병원은 302곳 중 95곳(31.4%), 병원급은 1467곳 중 9곳(0.6%), 요양병원은 1526곳 중 22곳(1.4%)만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국민 2명 중 1명 “임종단계 연명의료 중단 의향 있다”

한편, 국민 절반 이상은 임종단계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윤영호(가정의학과), 박혜윤(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립암센터 김영애(암생존자지원과)박사팀과 함께 ‘사전의료계획’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2016년 당시 7~10월까지 전국지역 일반인(1241명), 암환자(1001명), 환자가족(1006명), 의사(928명)의 네 집단 (총 4176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연구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일반인 46.2%, 암환자 59.1%, 환자가족 58.0%, 의사 63.6%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자신의 질병 경과가 악화되거나 예측이 가능할수록 점점 높아졌다. 말기 진단을 받았을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일반인 68.3%, 암환자 74.4%, 환자가족 77.0%, 의사 97.1%까지 높아졌다.

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권유하기 적절한 시점에 대해서는 ▲사망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술이나 처치 시행 전 ▲특정 중증질환 환자의 입원·응급실 방문 시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등이 모든 집단에서 높은 순위로 꼽혔다.

사전의료계획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는 ▲대대적인 홍보 및 교육 ▲가까운 곳에 등록기관 설치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 마련 ▲사전의료계획에 관한 보험수가 마련 등이 제시됐다.

특히 의사들은 ‘죽음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 문화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른 집단보다 중요하다고(19.1%, 3순위) 생각했다.

이와 달리 사전연명계획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건강이 악화됐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점’, ‘사전에 결정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의견이 바뀔 것 같다는 점’, ‘문서를 작성하더라도 내 뜻대로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대상자 상당수가 적절한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사전의료계획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일반인과 환자 눈높이에 맞는 제도가 설계된다면 많은 이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윤영호 교수는 “대대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면서 “건강할 때, 중증질환 진단 시, 말기 진단 시 3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사전의료계획 작성에 대한 수가를 인정해 의료진들의 원활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전연명의료에 대한 대국민 연구결과는 해외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 1월호에 게재됐다.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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