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 여성 10%·임신 경험 여성 20% “경험 있다”..‘낙태죄 폐지’ 75% 찬성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인공임신중절(낙태)이 12년새 85% 가량 대폭 감소했지만 2017년 한 해 동안 약 5만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낙태를 경험했다.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75%를 넘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해 11월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 결과 2017년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5만건으로 추정,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조사 완료 여성의 75.4%로 조사됐다.

조사에 응답한 여성 1만명 중 성경험여성은 7320명(73%), 임신경험 여성은 3792명(38%)이었으며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이었다.

낙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다양했고 평균 연령은 28.4세로 나타났다. 낙태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 순이었다.

낙태를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31.2%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낙태 방법으로는 수술만 받은 여성이 90.2%(682명), 약물 사용자는 9.8%(74명)로 드러났다. 또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낙태 수술 시기는 대체로 임신초기(평균 6.4주, 12주 이하 95.3%)로 나타났으며 평균 횟수 1.43회였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 인공임신중절건수는 약 5만건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5년 조사 때 29.8‰(34만2433건), 2010년 15.8‰(16만8738건)과 비교해 감소 추세를 보인 것.

이처럼 낙태 감소는 피임실천율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낙태 문제와 관련한 정책 수요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 등을 꼽았다.

아울러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은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조사 완료 여성의 75.4%이며,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조사 완료 여성 중 48.9%는 ‘개정 필요’,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으로 응답했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로 볼 수 있다”며 “만 15∼44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신을 경험한 사람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해 많은 여성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 같은 위기상황을 예방하거나 위기상황에 있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성교육 및 피임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낙태죄 폐지 찬성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조사결과를 근거나 낙태죄를 폐지를 통해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14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여성들의 건강을 침해하는 낙태죄 폐지를 통해 임신중지 합법화와 함께 안전한 임신중지와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접근성의 확대, 정보접근성의 확대, 건강보험 적용, 사회경제적 여건 보장, 성차별 정책의 확대, 사회적 낙인 제거 등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공임신중절 유도약의 이용 실태는 약물을 이용한 인공유산을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시급히 보장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면서 “임신중지 합법화를 통해 의료기관에서도 약물 사용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하며 의료진 보수 교육을 통해 여성의 건강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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