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부터 초임 임금 정체..노동시장 이중구조·고용 여건 불리도 원인

[공공뉴스=박계형 기자]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취직한 세대와 이전 세대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외환위기 이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초임 임금이 정체하거나 낮았다. 전 생애에 걸쳐 얻을 수 있는 소득도 적을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뉴시스>

19일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소득법인세과장이 작성한 논문 ‘연령-소득 프로파일 추정을 통한 세대 간 소득 격차 분석’에 따르면, 생애 전체 기간에 받을 수 있는 평균 실질 임금을 추정한 결과 외환위기 후 노동시장에 뛰어든 1978년생 이후부터는 직전 세대의 소득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직전 세대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1973∼1977년생은 모형에 따라 임금의 상승 여부가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은 1988년∼2017년 국민연금 자료를 바탕으로 1958년부터 1992년생 남성 가입자들을 연령별(5세별)로 나눠 세대별 소득을 분석했다.

남성 근로자가 25∼29세에 노동시장에 진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노동시장 진입 시기가 1987년(1958년∼1962년생)인 경우 월평균 실질 초임 임금 수준은 110만1000원이었다.

1992년(1963∼1967년생)에 진입한 경우는 157만3000원으로 이전 세대보다 42.9% 올랐다. 또 1997년(1968∼1972년생)의 초임은 214만5000원으로 전 세대보다 36.4% 상승했다.

반면 이후 세대의 초임 상승 증가율은 둔화했다. 2002년에 노동시장에 최초로 진입한 남성 근로자(1973∼1977년생)의 초임은 205만3000원으로 되려 전 세대보다 4.3% 하락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탓으로 보인다.

2007년(1978∼1982년생)의 초임은 218만1000원, 2012년(1983∼1987년)은 221만원에 그쳤다. 이전 세대보다 지속적으로 올랐으나 상승률은 확연히 떨어졌다.

연령에 따른 소득도 1972년생까지는 이전 세대보다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1973년생 이후부터는 상승률이 전 세대 수준에서 정체하거나 소폭 둔화했다.

그 결과 낮은 초임 임금과 감소한 소득 증가율로 전체 생애에 걸쳐 받을 수 있는 소득은 젊은 세대가 고령 세대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이처럼 세대별 소득 불균형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외환위기 직후 악화한 청년층 고용 상황을 꼽았다. 1990년대 들어 대학진학률 상승으로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커졌고 고학력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안정성, 복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했고 기업들이 신규 구직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며 고용 여건이 청년층에 점차 불리하게 돌아간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일자리를 구하려고 눈높이를 낮추는 청년이 많아지면서 세대별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후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의 임금이 낮아졌고 진입 임금의 차이가 생애 주기 전체의 소득에 영향을 미쳤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심 과장은 “청년층 고용 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세대 간 격차가 향후 지속해서 확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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