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205개 기관 점검 결과 182건 적발..부정청탁 등 혐의 짙은 36건 수사 의뢰
부정합격자 검찰 기소시 퇴출..피해자 재응시 기회 부여 등 구제책 적극 마련

박은정(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및 개선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직원 채용 과정에서의 친인척 특혜 의혹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82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부정합격자의 경우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기소될 경우 퇴출하기로 했다. 또 채용비리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등 구제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6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약 3개월 간 전 공공기관의 채용 실태에 대한 정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이 계기가 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채용비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범정부 기구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출범, 매년 모든 공공기관 채용실태에 대한 정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총 1205개 기관(333개 공공기관, 634개 지방공공기관, 238개 기타공직유관단체)의 2017년 10월 특별점검 이후 실시한 신규채용과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점검했다. 

특히 정부는 정규직 전환과 친인척 특혜 채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간제 이외 파견직·용역직 근로자의 최초 채용의 적정성도 함께 조사했다.

조사는 감독기관의 1차 전수조사와 관계부처 합동 2차 심층조사로 진행했으며, 경찰청 수사관과 고용부 근로감독관 약 130명을 2차 심층조사에 투입해 조사의 전문성을 높였다.

정부의 이번 전수조사 결과 수사의뢰 하거나 징계·문책요구가 필요한 채용비리는 총 182건 적발됐다.

이 가운데 부정청탁·부당지시 및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은 수사를 의뢰하고, 채용과정 상 중대·반복 과실 및 착오 등 146건은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결과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유형별로는 ▲신규채용 관련 채용비리 158건(수사의뢰 30건, 징계·문책요구 128건) ▲정규직 전환 관련 24건(수사의뢰 6건, 징계요구 18건)이다.

또한 채용비리로 분류된 182건 중 16건에서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수사의뢰 사례를 살펴보면 신규채용에서 정규직 채용시험 시 합격자 추천순위를 조작하거나 전임교원 신규채용 시 통보된 면접일에 불참한 지원자(1명)에게 임의로 추가 면접 기회를 부여하고 최종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간부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닌 비(非)상시업무 종사자(3명)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었다.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으로는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서 후순위인 임원 아들에게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해 최종 선발했으며, 또 다른 기관에서는 대표 아들을 단기계약직으로 입사시킨 후 관련 절차 없이 자의적으로 인턴사원으로 채용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와 별도로 ▲채용규정 불명확 ▲규정 적용에 있어 단순 실수 ▲인사위원회 운영 부적정 및 공고기간 미준수 등 업무 부주의 사항 2452건이 발견됐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된 비리 연루자 등은 엄중하게 제재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는 최대한 구제한다는 원칙하에 철저하고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

채용비리 연루자 중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총 288명으로 집계됐다. 임원 7명 중 수사의뢰 대상인 3명은 즉시 직무정지한 후 수사결과에 따라 해임하고, 문책 대상 4명은 기관 사규에 따라 신분상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직원 281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향후 검찰 기소 시 관련 절차에 따라 퇴출하게 된다.

부정합격자(잠정 13명)는 수사결과 본인이 검찰에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퇴출된다.

부정합격자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자가 기소될 경우, 해당 부정합격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감독기관 재조사 및 기관 내부 징계위원회 동의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채용비리 피해자(잠정 55명)에 대한 피해 구제책도 내놨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해당 피해자에게 채용비리가 발생한 다음 채용단계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등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자료=국민권익위원회>

한편, 정부는 뿌리 깊은 채용비리 관행을 근절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채용질서 확립을 위해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통 징계양정기준을 마련하고 채용비리자에 대한 징계감경을 금지하는 한편, 일정기간 승진 및 인사·감사 업무 보직을 제한해 채용비리 연루자를 엄중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채용비리를 뿌리 뽑는데 한계가 있는 일회성 적발과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매년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채용비리 취약기관은 감독기관과 특별종합조사를 실시하는 등 집중관리한다.

채용계획을 미리 감독기관 등과 협의하도록 하고 채용절차·기준을 매뉴얼이 아니라 기관 사규로 구체화해 규범성을 높일 예정이다.

채용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관장의 재량이 과도한 특별채용 규정을 일괄 정비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통합채용과 위탁채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퇴직자 등 내부인과 유사한 외부위원, 전형단계별로 같은 외부위원을 반복 위촉하는 등 편법을 통한 외부위원 선정을 금지하는 한편, 고용부 워크넷을 통해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정보를 공개해 구직자의 정보 접근성과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다.  

친인척 등 채용비리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파견·용역 업체 등 민간기업에 부당한 채용 청탁·압력·강요 등을 할 수 없도록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계획.

이와 함께 청탁금지법도 개정해 공직자의 민간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자에 의한 가족채용 특혜제공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공공계약 체결시 민간업체가 공공기관 임직원 등에게 부정한 취업특혜를 제공할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국가·지방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다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채용비리가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일회적인 점검·개선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번 정부 임기 내내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수많은 구직자들의 눈물과 피땀 어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개선 조치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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