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응:국가 재난사태에 뿔난 민심→미봉책 아닌 현실적 대책 마련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최악의 미세먼지 재난사태가 연일 이어지면서 온 도심이 ‘회색 공포’에 휩싸인 요즘, 학부모 A씨는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의 미세먼지 늑장 대응에 초등학생인 자녀의 건강이 걱정됐기 때문. 성인조차 숨쉬기 어려운 상태인데, 신체 기관이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공부할 경우 당연스럽게 미세먼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린 시절부터 폐가 좋지 않은 자녀가 혹여나 호흡기나 폐 관련 만성질환에 걸리게 될까 A씨는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걱정이 쌓여가던 중 최근 정부가 학교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로 하고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 학부모 연락이 있을 경우 질병 결석을 인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는 그나마 한결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했다. 단지 돈을 풀어서 대응하겠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A씨의 생각. 당장 효과는 있을 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마음껏 숨쉬는 것도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를 홍익표 소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세먼지가 연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국가 재난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또한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사태에 포함키로 하는 등 오랜만에 초당적 협력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 비용에 대한 부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마스크 가격을 낮추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청원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는 성토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사회적 재난’ 미세먼지, 항공관측으로 원인 찾는다

최근 국가적 재앙으로 번진 미세먼지 사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정부가 항공 관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외유입 미세먼지 이동경로와 유입량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정밀 파악에 나선다.

9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 파악을 위해 이날부터 한 달간 서해에서 항공 관측을 실시한다.

관측에 사용되는 항공기는 19인승 중형 항공기로,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출발해 서해상을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집중적으로 관측한다.

그간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보다 작은 항공기로 제한된 범위에서 미세먼지를 관측해왔다. 예정된 비행 횟수는 20회이며 총 관측 시간은 100시간이다.

이번 항공 관측에서는 고해상도 실시간 분석 장비 9대를 탑재해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한다.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질,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의 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예정이다.

이번 항공 관측으로 서해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 추적과 유입량을 계산할 수 있을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기대했다.

또한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좀더 효과적인 감축 정책과 예보 정확도 향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관측으로 얻을 자료를 활용하면 미세먼지 감축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중국과의 협상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분류하되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추후 보완하기로 합의한 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안’ 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정하고 개정안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 이견이 없었지만, 사회적 재난과 자연적 재난 중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은 ‘사회재난’이란 입장이고 야당은 ‘자연재난’으로 인정해야 된다는 것.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세먼지는 인위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대응책은 향후 보완을 전제로 해서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같은 당 김병관 의원도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자연재난으로 규정했을 땐 발생 원인에 대한 대처보다는 주로 사전예방‧사후대처 쪽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사회재난으로 규정할 경우 원인자를 우리가 찾아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되는 우려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재난이나 자연재난으로 구분하지 않고 제3의 개념이나 새로운 분류 기준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회재난과 자연재난, 이분법적으로만 접근할 필요가 있느냐”며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번기회에 법체계를 바꾸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유 의원은 “이 원인이 정확하게 어디에서 발생했고 어디가 피해 받고 있는지 이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견을 수렴한 뒤 홍익표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일단 조문에는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되, 자연재난에 준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저감계획과 재해영향평가를 정부가 마련해 추후 국회와 협의해 입법 보완을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기도 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개정안은 가결됐다.

홍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미세먼지는 사회재난, 자연재난 성격을 다 갖고 있다”며 “이번에는 발생 원인에 기초해서 사회재난으로 하되 자연재난에 준하는 대책을 만들라는 차원에서 재해저감계획과 재해영향평가를 포함시켜서 단서 조항으로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실 내부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올해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 설치..軍, 공기청정기 보급 시작

정부와 정치권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근본 대책을 종합적으로 강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생활이 이뤄지는 학교와 군대 등에는 학생과 군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공기정화기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올 상반기 내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다는 계획.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초등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당초 2020년이 목표였던 전국 유·초·특수학교 공기정화장치 100% 설치를 1년 앞당겨 올해 상반기 중으로 완료할 계획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와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급을 조사한 결과 전국 2877개 학교 27만2728개 교실 중 41.9%(11만4265교실)가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유치원 교실에는 97%, 초등학교 75%, 특수학교 73.9%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인천을 비롯해 세종과 강원, 충북과 충남, 전남과 경남, 제주 지역의 경우 모든 유·초·특수학교 학급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다.

반면 중학교 교실에는 약 25.7%, 고등학교 교실에는 26.3% 가량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다. 교육부는 국회에 1000억원의 추경을 요청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도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앞당기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여의도초등학교에서 공기정화장치 설치계획 외에도 필터 관리나 청소 등 이미 설치된 곳의 철저한 관리도 주문했다.

그는 “민관합동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교육부도 대안을 모색하고 최대한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병영생활관(내무반)에도 공기청정기가 보급된다.

국방부는 미세먼지로부터 장병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8일부터 병영생활관 내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육군훈련소 병영생활관을 대상으로 공기청정기 1400대를 보급한 바 있다.

국방부는 공군부대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영생활관 내 6만여 대의 공기청정기를 설치 완료할 예정이다.

군별로는 육군과 국방부 직할부대는 이달 11일부터, 해군은 27일부터, 해병대는 29일부터 보급된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건강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놓는 미세먼지 대응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응이 눈 앞 성과에만 치중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

미세먼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한시적 조치가 아닌 초강수 조치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 개선 성과를 거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 서구 둔산동 큰마을네거리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채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식약처가 당부하는 생활 속 미세먼지 ‘올바른 대처법’

한편,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비상저감조치가 연이어 발령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국민안전을 위해 현명한 대처법을 당부하고 나섰다.

식약처에 따르면,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방한대 등 일반 마스크와 달리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성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미세먼지 및 황사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는 95개사 543개 제품이 있다.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 제품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 문자가 표시돼 있다.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더 크지만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황사 발생 수준, 개인별 호흡량 등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

특히 보건용 마스크 구입 시 입자차단 성능이 없는 방한대,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마스크 등이 미세먼지, 황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판매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세탁하지 않고 사용해야 하며 한 번 사용한 제품은 먼지나 세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착용 후에는 마스크 겉면을 가능하면 만지지 말아야 한다.

또 황사나 미세먼지 발생 시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며 부득이 외출한 후 눈이 따갑거나 이물감이 느껴지면 눈을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 또는 세안액을 사용해 눈을 깨끗이 하는 것이 좋다.

안약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안약 용기의 끝이 눈꺼풀이나 속눈썹에 닿으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회용 안약은 개봉 후 즉시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재사용하지 말고 약액의 색이 변했거나 혼탁된 것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미세먼지·황사 발생 시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경우에는 렌즈 소독 및 세정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많은 경우 렌즈로 인해 눈이 더 건조해지면서 충혈, 가려움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착용을 피해야 하며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외출 후 렌즈를 즉시 빼고 인공눈물 등으로 눈을 세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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