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뽕 4L 구입·유통한 마약 거래 일당 적발..압수된 3.6L 720회 투약 가능한 양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클럽 ‘버닝썬’ 사태로 마약류 이용 성범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약물 성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과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음료에 타는 수법으로 성범죄에 악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일명 ‘물뽕’(GHB)을 대량으로 사들여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따라 그간 성범죄에 악용됐던 약물들과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약물들을 ‘데이트 강간 약물’로 지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압수한 물뽕. <사진제공=경북지방경찰청>
경찰이 압수한 물뽕. <사진제공=경북지방경찰청>

◆경북경찰, GHB 국내 대량 유통한 판매총책 등 5명 검거

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GHB를 구매해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A씨를 구속하고 중간에서 이를 판매한 B씨와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GHB를 구매한 대학생 D씨와 성인용품점 업자 E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월 서울에서 지인으로부터 GHB 4L를 사들인 뒤 이를 유통시키기 위해 B씨 등 2명을 판매책으로 모집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이들이 유통한 GHB는 800만원 상당인 400ml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차와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GHB 3.6L(7200만원 상당)를 압수했다. 압수 물량은 720차례가량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대량으로 사들인 GHB를 처분하기 위해 중간 판매책을 영입한 후 수익 배당, 판로 개척으로 판매망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GHB를 팔 때는 지하철 물품보관소 등에 숨겨둔 뒤 구매자에게서 대금을 받으면 숨긴 장소를 알려줘 찾아가게 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등이 갖고 있던 GHB와 졸피뎀, 로라제팜, 알프라졸람 등 11가지 약품을 압수했다.

경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통처를 끝까지 추적하는 한편 약물의 출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다.

마약 유통 및 성범죄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이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월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입구 앞 모습. <사진=뉴시스>
마약 유통 및 성범죄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이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월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입구 앞 모습. <사진=뉴시스>

◆성범죄 약물 감정건수 5년 새 2배 ↑..‘데이트 강간 약물’ 특별관리 시급

한편, ‘버닝썬’ 사태로 마약류 사용 성범죄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데이트 강간에 악용되는 약물을 지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최근 버닝썬 클럽 사태로 논란이 GHB 등 일명 ‘데이트 강간 약물’을 특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달 5일 식약처, 검찰, 경찰 등 9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불법 마약류 범정부 차원 강력 대응책’을 언급하며 식약처의 대책이 2007년 당시 식약청 ‘인터넷 마약 근절 대책’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 당시 식약청 보도자료와 이달 발표된 식약처 대책을 비교한 결과 ▲불법 마약류 유통 차단을 위한 관계부처 공조체계 구축 ▲포털 등 민관협의체 구성 등 10여년 전과 똑같은 대책이 반복됐다.

이처럼 식약처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같은 대책만 졸속적으로 반복하는 사이 서울과학연구소에 성범죄 관련해 의뢰된 약물 감정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14년 366건이었던 감정건수는 지난해 861건으로 최근 5년간 2배 이상(1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 의원은 식약처의 판박이 대책을 질타하며 이전까지의 불법 마약류 단속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까지 마약류 불법 유통은 마약 구매자 본인이 투약해 중독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였다면, 이번 강남 클럽 사태는 약물을 구매한 사람이 해당 약물을 사용해 ‘성폭행’이라는 2차 범죄까지 일으켜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GHB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향정신성의약품 ‘라’목에 해당하는 약품임을 지적하며 “GHB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약물보다 오남용 위험성, 신체 위해도가 낮은 약품으로 여겨져 왔음에도 성범죄라는 중범죄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성범죄에 악용됐던 약물들과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약물들을 식약처 전문성을 토대로 ‘데이트 강간 약물’로 지정하고 특별관리 해야 한다”며 “해당 약물 유통과 이에 따른 2차 범죄에 대해 엄정 처벌이 가능토록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관계부처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GHB와 같은 약물들은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식약처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의료용 마약류 유출’보다 ‘유통 단속’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포털, 플랫폼 ID 차단보다는 점조직 형태의 SNS 판매를 상시 단속하고 이를 위해 위해사범중앙조사단 특수조사팀이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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