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난민 보호 규정이 장기간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며 돈벌이를 하려는 외국인과 브로커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 중에는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 허위 난민 여성들은 브로커의 소개로 성매매를 하는 유흥업소에 취업하기도 했다.

제도적 미비점을 악용해 허위난민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짜 난민으로부터 난민제도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난민신청 범행체계도. <사진제공=인천지검>
허위 난민신청 범행체계도. <사진제공=인천지검>

◆‘난민 브로커’ 변호사·행정사 등 22명 무더기 적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불법으로 취업시킬 목적으로 허위 난민신청을 대행한 난민 브로커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김도형 부장검사)는 출입국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변호사 A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행정사 B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 태국인과 필리핀인 등 외국인 180여명의 가짜 난민 난민신청을 대행해 주고 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무장 2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짜 난민을 모집해 오면 ‘스토리 메이커’를 통해 난민신청 사유를 허위로 만들었다. ‘무장 이슬람 단체나 반군 단체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거나 ‘기독교를 믿는데 불교 옹호론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에게 1명당 300만∼400만원을 주고 허위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은 실제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통상 3∼5년 걸리는 심사 기간에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하며 취업 후 돈을 벌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외국인을 모집한 사무장들에게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로 수임료의 30∼50%를 나눠줬으며 사무장 1명당 1억원씩 수익을 올렸다.

특히 이들은 ‘정치적 사유’, ‘종교적 사유’ 등 정형화된 난민 사유 양식을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 난민 신청자별로 인적사항만 바꿔 대행 업무를 했다.

아울러 적발된 브로커들 중에는 카자흐스탄 여성들을 국내로 입국시킨 뒤 허위로 난민신청을 하게 하고 성매매를 하는 유흥업소에 취업시킨 일당도 있었다.

총책 C씨 등 9명은 2017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카자흐스탄 현지 노래방 등지에서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뽑아 무비자로 국내에 입국하게 한 뒤 허위 난민신청을 통해 장기간 국내에 체류하며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금관리책, 통역인, 항공 티켓 담당, 픽업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의 난민신청은 2016년 7541건, 2017년 9942건, 지난해 1만6173건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확인된 허위 난민 신청인 명단을 출입국청에 통보할 예정이며 출입국청은 당사자에 대해 강제 퇴거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57명 난민 신청사유 날조 우크라이나인 징역형

한편, 외국인 57명의 난민 신청 사유를 거짓으로 써준 우크라이나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올해 1월7일 인천지법 형사4단독 정원석 판사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크라이나인 D씨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D씨는 2017년 3월16일부터 지난해 6월18일까지 외국인 57명에게 난민 인정신청서의 신청 사유를 허위로 작성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D씨는 외국인들의 체류 자격 변경을 알선하는 국내 법무법인 브로커로부터 난민 신청 사유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를 조작했다.

인도적 체류자격을 얻으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사회보장과 함께 6개월간 생계비 지원을 받고 합법적인 취업도 가능하다.

그는 사유서에 ‘친구의 절도죄 누명을 벗기기 위해 증인으로 출두했다가 경찰로부터 폭행당했다’거나 ‘괴한들로부터 감금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사연을 꾸며내 외국인들의 난민 신청 사유를 만들어줬다.

D씨와 공모한 법무법인 측은 꾸며낸 난민 인정신청서를 출입국·외국인청에 내고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내국인 브로커와 유착해 ‘스토리 메이커’로서 다양하게 난민 사유를 꾸며내 범행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들이 양산한 사이비 난민의 창궐은 정작 도움이 절실한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난민 전체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공판 과정에서 참회와 부끄러움을 내비치며 재판에 성실히 응했다”며 “응보에 치우친 장기 구금이 피고인에게 남아 있을 갱생 의지를 고갈시킬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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