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낙태죄·동의낙태죄 규정한 형법은 위헌”..재판관 7대 2 의견
2020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 주문..2021년부터 효력 상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낙태죄 조항에 대해 사실상 위헌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현행법 조항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으로, 지난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지 66년 만에 개정 수순을 밟게 됐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헌법불합치 4·단순위헌 3·합헌 2)으로 위헌 결정했다.

앞서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됐으며, 1심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법적 공백이 생겨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 법 개정까지 시한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해당 법조항의 무효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으로 사실상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

헌재는 “여성의 임신유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진인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절대적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낙태가 범죄행위로 규율되면서 낙태 관련 상담이나 교육이 불가능하고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없다”면서 “법적 구제가 어렵고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 해 미성년자나 저소득층은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의사낙태죄와 관련해서는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느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낙태죄 관련 현행법 조항에 대한 손질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헌재는 2020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는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만약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시켜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

한편, 헌재가 이날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A씨를 비롯해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사건에서 합헌을 결정, 이후 기소돼 형사처벌된 이들의 재심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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