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와 일반고등학교 중복 지원을 금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다만 신입생을 동시에 선발토록 자사고를 후기 지원 학교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고입 전형이 지난해와 같은 틀을 유지하게 되면서 자사고 지망생과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혼란 상황은 일어나지 않게 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자사고 폐지 정책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지난 11일 자사고 학교법인 등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5항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이다.

헌재는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평준화 지역 소재 학생들은 중복지원 금지 조항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없고 지역별 해당 교육감의 재량에 따라 배정·추가배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학교군에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고, 통학이 힘든 먼 거리의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에 진학하거나 그조차 곤란한 경우 재수를 해야 하는 등 진학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기도 한다”며 “자사고에 지원했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할 다른 제도를 마련했어야 함에도 중복지원 금지 조항은 원칙만을 규정하고 자사고 불합격자에 대해 아무런 고등학교 진학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학생 및 학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자사고를 후기 지원 학교로 규정한 80조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헌 결정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필요하다.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 유남석·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당초 취지와 달리 자사고는 일반고와 교육 과정에서 큰 차이가 없이 운영됐고 전기모집은 학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됐다”며 “자사고를 전기 학교로 규정하는 것이 더 이상 정당성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동시선발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고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학교법인이 침해받는 사익이 훨씬 커 법익의 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학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기존 고등학교 입시는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 등은 전기(8~11월께)에, 일반고는 후기(12월께)에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전기에 자사고를 지원한 뒤 후기에는 일반고에 중복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한다는 특혜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2017년 12월 자사고 폐지 일환으로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시기를 일원화하고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취지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고는 전기에서 후기 지원 학교로 변경되며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들은 평준화 지역 내 일반고에 이중으로 지원할 수 없다.

이에 자사고 및 자사고 입학 희망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당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학생의 학교선택권,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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