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선생님 말씀에 충실, 실력으로 성적 오른 것”..법정서 혐의 전면 부인

시험문제를 유출해 쌍둥이 딸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법정에서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인데 학부모·학생들의 모함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무부장 A(52)씨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쌍둥이 자매 B양과 C양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쌍둥이 언니 B양은 “아버지가 중간·기말시험 답안을 사전에 알려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결코 없다”고 대답했다.

B양은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인문계 1등을 한 것인데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기 어린 모함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맞다”고 말했다.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선 비결에 대해서는 “교사의 성향을 터득하고 맞춤형 방식으로 시험 범위의 교과서를 철저히 암기한 덕분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B양이 실제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정답을 적어놓은 것을 보여주며 그 경위를 묻기도 했다.

이에 B양은 “시험 직후 가채점을 위해 반장이 불러준 답을 적어둔 것”이라거나 “시험 직전에 외우던 부분을 잊지 않으려 적은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특히 실제 정답과 다른 부분은 급하게 받아적다가 생긴 오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험 후 정답이 정정된 문제를 틀리거나 동생과 자신이 똑같은 오답을 적은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증인 신문이 끝난 뒤 B양은 “이 사건에 관해 주변과 언론에서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판사님은 법정 안 모습을 보고 정확히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B양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동생 C양도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C양은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된 경위에 대해 “특별한 비결이랄 게 없고 교과서와 선생님 말씀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시험지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답안에 대해서는 “정답 분포를 확인해보려고 적은 것”이라고 답했으며 시험지에 적은 풀이 과정에 도출된 답과 실제 적은 답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머릿속 생각으로 도출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객관식 답안과 관련된 키워드를 적어둔 메모장을 두고는 “답안을 적은 것이 아니고 낙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7년 치러진 두 딸의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알아낸 답안을 딸들에게 알려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A씨와 두 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한편, 숙명여고는 지난해 11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자매 성적으로 0점으로 재산정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자매를 최종 퇴학 처리했다. 또 숙명여고는 징계위원회와 재심의를 거쳐 A씨를 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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