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SK인천석유화학이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을 별도로 측정하지 않고 배출했다는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가 SK인천석유화학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을 거론하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특히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다량 배출하고도 자료를 임의로 누락했다고 지적해 더 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상황.

이에 SK인천석유화학 측은 벤젠은 검출된 바 없고 자료를 임의로 누락한 것도 아니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지만,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혹도 쉽게 해소되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SK인천석유화학을 이끄는 최남규 대표는 그동안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환경 문제와 관련해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진 모습.

더욱이 SK인천석유화학이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이 의원 측이 임의누락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는 취지의 허위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의원은 공개 사과와 자가측정 계획을 즉시 밝히라고 더욱 압박을 가하는 등 파열음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의원 측 보도자료 내용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한 SK인천석유화학의 행위는 오히려 ‘발암물질’ 의혹을 키우고 있는 형국. 

논란은 좀처럼 진화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고,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직접 본인 명의의 공식입장문을 발표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통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SK인천석유화학 홈페이지 갈무리
SK인천석유화학 홈페이지 갈무리

◆SK인천석유화학, 발암물질 대기 배출 의혹..“벤젠 불검출” 반박

24일 이 의원과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을 포함한 39개 기업이 실제 배출되는 일부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에 대해 자가측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업장에서 실제 대기로 배출하는 물질은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서 관리하는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상 통계를 활용해 파악했다.

비교 분석 결과 실제로는 대기 유해물질을 배출하지만 자가측정하고 있지 않은 사업장은 2016년 기준 39곳에 달했다.

이들 사업장 중에는 SK인천석유화학, LG화학 대산·여수공장, 롯데첨단소재,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들이 포함됐다.

문제가 된 대기오염 발암 물질은 1,2-디클로로에탄, 염화비닐, 트리클로로에틸렌, 스티렌, 벤젠 등이다.

이 의원과 녹색연합은 이들 사업장이 자가측정하지 않은 사유로 ▲배출기준 미설정 ▲자가측정 면제 ▲임의로 누락 등을 꼽았다.

녹색연합은 “배출기준 미설정과 자가측정 면제는 제도상 허점이지만 임의로 누락은 기업이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SK인천석유화학이 자료를 임의로 누락했다는 게 녹색연합의 주장이다.

1군 발암 물질 벤젠은 엄연히 배출기준이 설정돼 있고 자가측정 면제 대상도 아니지만 SK인천석유화학은 스스로 측정하지 않았다는 것.

SK인천석유화학은 2016년 기준 연간 1164kg의 벤젠을 대기로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사업장은 산업단지가 아닌 주거지역에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는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사와 위반업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는 각 사업장이 배출하는 물질을 정확히 파악해 전체 물질을 측정 의무화하고 위법이 밝혀지면 사업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이 의원과 녹색연합은 주장했다.

SK인천석유화학 전경. <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기자에 허위문자 배포로 이정미 의원 흠집내기?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주장으로 기업들의 비양심적인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SK인천석유화학이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SK인천석유화학은 “굴뚝에서 벤젠이 검출된 바 없고 당사가 임의로 누락하지 않았다”며 “2012년 중유에서 친환경 청정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로 연료를 전환했고 LNG는 벤젠 성분이 없어 법적으로 측정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광역시 서구청의 요청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분기별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당사 굴뚝을 대상으로 벤젠을 측정한 결과 3년간 불검출됐다”며 “이에 2017년부터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측정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SK인천석유화학은 “자가측정 의무는 18종의 배출허용 기준의 물질이 배출시설(굴뚝)을 통해 미량으로라도 검출되는 경우에 발생한다”며 “LNG 사용으로 인해 벤젠이 미량으로라도 검출되지 않음에 따라 배출물질로 등록되지 않은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는 대기환경보전법 39조에 의한 자가측정의 의무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인천시 민관 합동 환경감시단’이 분기 1회 대기, 수질, 폐기물 관리 등 회사 전반의 환경관리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당사 주변지역의 벤젠 농도를 분기 1회 측정하고 있다”며 “그 결과 법적 기준을 만족하고 있으며 인천광역시 서구청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의원 SK인천석유화학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공개사과와 함께 자가측정 계획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 의원 측의 보도자료가 발표된 후 이 의원실을 찾아가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SK인천석유화학이 일부 기자들에게 허위문자를 보내 이 의원 측 자료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은 전날 의원실을 방문해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주민 민원이 빗발칠 우려가 있으니 보도자료 헤드라인에서 회사명을 빼달라고 읍소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 의원 측은 “회사 측은 면담 과정에서 누락된 벤젠을 포함해 자가측정을 실시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며 “그러나 면담을 마친 후 SK인천석유화학은 기자들에게 허위문자를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이 기자들에 보낸 문자에 ‘이 의원실은 임의누락 팩트와 다른 점을 인정, SK인천석유화학과 SK종합화학에 사과한다’, ‘임의 누락 왜곡 노출 기사 리스트 의원실에 전달주면 언론사와 직접 통화해 바로잡겠다’ 등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 의원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이 배포한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며 “허위문자 배포는 의원실 보좌진 면담을 악용한 악의적 언론플레이로, 결과적으로 이 의원 보도자료 내용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도록 했다”고 일갈했다.

◆최남규 대표의 ‘환경안전’ 경영 물거품?..신뢰성·책임론 도마위

한편, SK인천석유화학은 ‘환경안전’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환경인식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일례로 SK인천석유화학은 이달 9일부터 14일까지 ‘사회적 가치 및 친환경’을 테마로 ‘2019 행복나눔 벚꽃축제’를 개최한 바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축제로 운영하기 위해 그동안 관람객에게 제공했던 생수병, 종이컵 등을 없애고 텀블러를 지참하면 커피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으며 인천관광공사와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민관 공동 친환경 캠페인 ‘위·그린·인천’(We Green Incheon)도 진행했다.

더욱이 SK인천석유화학의 우수한 환경안전관리는 중국에서도 인정받았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8 베이징 국제 환경 포럼’에 초청받아 환경안전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베이징 국제 환경포럼은 세계 각국의 대기 관리 현황과 기업의 우수 관리 사례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역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환경안전’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투자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기 환경 관리를 위해 청정연료 LNG 사용 확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 배출 저감시설 투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을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환경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온 SK인천석유화학이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지 않고 배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환경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간 SK인천석유화학의 행보가 무색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물론 SK인천석유화학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일부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더욱이 허위문자로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 의원 흡집내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진실공방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어떤 논란이나 의혹이 불거졌을 경우 사안의 경중을 따져 수장이 직접 나서서 사태를 진화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은 안전 관련 문제를 두고 SK인천석유화학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잡음을 해소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