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위조·인멸 등 혐의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 영장 청구
삼정·안진 회계사 “삼성 압박에 거짓말..콜옵션 약정을 몰랐다” 진술 확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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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사정당국의 칼끝이 삼성그룹 ‘윗선’과 점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조사를 받던 회계사들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에 대해 금융당국 조사 때와 다른 진술을 내놓으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까닭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5일 증거위조,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A씨와 부장 B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연관된 업체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와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해 해당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고의로 삭제하거나 위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고 삼성바이오와 김태한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등 관련 업체와 삼성바이오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정·안진·삼일·한영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 했다. 또 최근에는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등도 잇따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 검찰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임직원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그룹 내 지시 및 보고 체계 등을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삼정, 안진 등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전까지 핵심 계약사항인 콜옵션 약정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당초 회계사들은 금융당국 조사와 서울행정법원 재판에서 “콜옵션 약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삼성바이오의 “회계법인 판단에 따라 회계처리를 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 측 압박으로 콜옵션 존재를 몰랐음에도 이 사실을 숨기고 그간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해왔다고 검찰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열(오른쪽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 김동중 전무, 심병화 상무가 지난 2018년 5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감독원의 감리결과와 관련해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금감원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회계위반 결론을 내렸으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이행했고 해당 회계처리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바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삼성 측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어제와 오늘 언론보도로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그동안 삼성이 주장해왔던 논리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은 그동안 회계법인의 판단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에 맞게 회계처리를 한 것 뿐이고 고의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그러나 검찰 수사를 통해 삼성의 압박에 의해 회계사들이 콜옵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을 숨기고 금감원의 특별감리와 증선위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해왔음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도 언급하며 “이는 삼성이 그동안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도 모자라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회계법인들이 그동안 거짓 진술을 통해 국가기관을 농락해왔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심지어 가처분금지소송에서 법관앞에서도 거짓진술을 통해 가처분 인용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것으로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앞으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고의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 이후 이번 사건의 책임자와 협조자들을 엄히 처벌함으로써 더 이상 이 땅에 특정인의 사익을 위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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