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 동안 7차례 만남..靑 “이 부회장 개인 송사와 기업 지원은 별개 문제”
참여연대 “국정농단 사태 불러온 정경유착 근절 사회적 요구와 배치되는 행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나 우리나라를 종합반도체 강국을 만들겠다고 의기투합한 가운데 시민단체는 두 사람의 이 같은 회동을 두고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표출했다.

국정농단에 연루돼 1·2심에서 횡령·뇌물죄 등 혐의가 모두 인정됐고, 조만간 최종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을 ‘경제 활력 제고’라는 미명 하에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후 EUV동 건설현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후 EUV동 건설현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참여연대는 2일 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과 대통령의 부적절한 최근 만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 같은 만남은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정경유착을 근절하자는 사회적 요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통한 종합반도체 강국 발전 비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면서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인도 순방 당시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국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임기 2년 동안 총 7차례로, 올해 이뤄진 5번의 만남 중 이 부회장이 청와대에 방문한 것은 3번이다. 이는 기업인 중 가장 많은 횟수다.

참여연대는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개인 송사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전혀 별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면서 “혹여나 행정부 수장으로서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 총수를 만나는 것이 경제지표 향상을 위해서라면 이는 애초 목적과 달리 대기업 의존적 경제구조를 더욱 심화시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가진 한 달 후 삼성전자는 향후 3년 간 180조원 투자 및 4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번 만남 직전인 지난달 24일에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133조원 투자 및 1만5000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처럼 재판 중인 기업총수와 대통령과의 만남 때마다 기업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다”면서 “기업의 설립 목적이자 본령은 사업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신기술에 투자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당연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재판 중인 대기업집단 총수가 대통령과의 수차례 만남 언저리마다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그에 ‘박수’로 화답하며 국민 세금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은 ‘어이도단’(어이가 없어 말을 할 수가 없음)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씨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 부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뇌물을 제공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국민연금공단 등 공권력이 총수의 사익 추구에 동원된 사건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이라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새로운 정권을 열었음을 문재인 정부가 잊은 것이 아닌 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지금, 재벌 대기업에 기댄 개발 및 수출 중심의 경제 정책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민주화를 통한 체질개선 등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어떠한 ‘떡고물’을 바라고 투자를 하는 기업은 기업으로서의 본령을 잊은 것이고, 이러한 움직임에 세금 지원으로 화답하는 정부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명심하고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인과의 부적절한 만남을 중단하고 국민의 세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데 사용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최종심을 맡은 대법원은 행정과 사법을 엄정히 분리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바란 정의가 구현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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