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가수 보이콧:“정당한 불매운동” vs “지나친 마녀사냥”→대학가로 번진 버닝썬 후폭풍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한 대학교 축제에 다녀온 A씨는 초청된 가수들 중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가수를 보고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버닝썬 게이트 승리 사태로 YG를 향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YG 소속 가수가 아무렇지 않게 대학 축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것. 물론 같은 소속사 식구였다는 사실만으로 YG 소속 가수들에 비난의 화살을 쏟는 것은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지만, 대학 축제를 즐겨야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섭외 취소나 어떠한 조치 없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버닝썬 게이트와 YG의 연관성이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논란들로 인해 YG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대기업으로 통하는 YG의 이미지는 이미 상당히 실추된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YG 가수 보이콧 움직임과 이에 대한 논란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YG가 어떤 방법으로 현재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A씨는 문득 궁금해졌다.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글. <사진=페이스북 캡쳐>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글. <사진=페이스북 캡쳐>

그동안 인기 가수들을 대거 만들어내며 국내 3대 가요기획사로 자리잡은 YG. 그러나 올해 초부터 연이어 불거진 논란으로 YG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5월 대학가 축제 기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버닝썬 사건’의 여파가 대학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YG 소속 가수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대학 축제에 가수 섭외는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신들의 등록금이 옳지 못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이번 사태와 무관한 가수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우리의 등록금이 범죄의 온상으로”..대학 축제 YG 가수 보이콧 움직임

최근 한양대학교 재학생들이 ‘YG 소속 가수 대학 축제 퇴출 촉구’에 나서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페이스북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 계정에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총학생회 블룸에 YG 가수 공연 취소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성명문을 작성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재학생은 총학생회가 축제 첫날인 지난 21일 축하 무대를 장식할 가수로 YG 소속 그룹 위너를 섭외한 것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글쓴이는 “지난 13일 축제 가수 명단이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YG 소속 아티스트인 그룹 위너가 포함돼 있었다. 모두 아시다시피 YG는 가수 승리가 속해있던 기업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버닝썬 사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후 클럽 버닝썬에서 일상적으로 폭행,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등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버닝썬 사내 이사였던 빅뱅 멤버 승리가 성매매, 성매매 알선, 성관계 영상 공유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지금까지 발생한 일련의 사건이 YG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우리의 등록금이 범죄의 온상 YG로 흐르는 데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룹 위너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뿌리로 지목되는 YG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YG 소속 아티스트가 수익을 내면 일부(30~50%)는 회사로 돌아간다”며 “이 글이 총학생회에 닿아 YG의 사회적 챔임으로 귀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 우리에게는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총학생회는 도처에 널린 다양한 선택지 대신 왜 지금의 결과를 택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우리의 등록금이 YG에 조금의 보탬도 되지 않도록 총학생회 블룸은 한시 급히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고 강력하게 전했다.

하지만 에리카 총학생회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명지대학교 교내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축제에 오른 것이 부적절하다며 붙은 대자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명지대학교 교내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축제에 오른 것이 부적절하다며 붙은 대자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축제에 YG 가수 초청은 몰지각” 항의 대자보 붙인 명지대 학생들

앞서 명지대학교도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YG 소속 그룹 아이콘이 초대가수로 섭외되자 교내에 항의 대자보가 붙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명지대 총학생회는 대동제(5월14~16일) 기간 중 15일 YG의 그룹인 아이콘(iKON)이 무대에 오른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명지대에는 ‘버닝썬 게이트로 수사 중인 Y 소속사의 소속 가수를 학교 축제에 초대하는 총학생회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명지대 일부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에는 클럽 내 강간, 성 접대, 성매매 알선, 탈세, 비리, 경찰 유착, 마약 유통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YG 소속 가수를 초청하는 총학생회의 행위를 질타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지대 학생들은 “학생회 내부에서 이에 대한 저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Y 소속사의 소속 가수였던 이모씨는 클럽 버닝썬 게이트와 강간 카르텔에 깊이 연루되고 있으며 Y 소속사의 대표 양모씨는 탈세 혐의로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이 소속사에 금전을 지불해 소속 가수를 초청하는 것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몰지각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국세청은 3월20일 YG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특별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현시점에서 클럽 강간 범죄 의혹의 근원지인 Y 기업의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해주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는 국민의 안전을 침해한 엄중한 범죄행위에 대한 자각 없는 접근일 뿐만 아니라 성 평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대학 설립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학교 축제의 Y 소속사 가수 초청을 비판한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이는 기업과 학생들의 지적 성취를 책임지는 대학은 공존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일말의 검토 없이 축제 사업을 진행한 총학생회의 자기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명지대 인문캠퍼스 총학생회 측도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과했다.

총학생회는 “2019 명지대 대동제 라인업 특정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과정에 있어 총학생회의 신중함이 부족했던 부분에서는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적으로 조심스러웠던 부분을 사전에 인지하고 더욱 신중을 기해 결정했으며 그 과정 역시 한정된 선택의 폭 안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 사안”이라면서 “총학생회에서는 학우분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우선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섭외했다”고 섭외 배경을 해명했다.

특히 “특정 소속사 엔터테인먼트 소비를 통한 간접적인 동조의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당당하게 말씀드린다”며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섭외가 진행된 점에는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전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승리(이승현)가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속영장이 기각된 승리(이승현)가 지난 14일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버닝썬 여파ing’..승리 퇴출에도 커지는 YG 책임론

이처럼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두 학교 모두 축제 당일 YG 소속 가수들의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무대를 진행했다.

아이콘은 15일 명지대 축제 무대에 올랐으며 위너는 21일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축제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은 끝났지만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은 여전히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누리꾼들은 “내 등록금이 YG로 간다고 생각하면 반대할 만하지” “학생들은 자기 등록금이니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지” 등 동조하는 댓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저지른 기업의 제품을 불매 운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반면 같은 소속사 식구였다는 사실 만으로 YG 소속 가수들에 비난의 화살을 쏟는 것은 억울한 연좌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YG 가수를 옹호하는 누리꾼들은 “의혹만으로 YG를 싸잡는 것은 너무한 거 아닌가. 가수들은 무슨 죄” “보이콧은 자유지만 이 사건과 무관한 소속 가수들까지 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YG를 향한 반감과 그룹은 별개로 봐야 한다” 등 다소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닝썬 게이트로 촉발된 대중들의 분노는 승리의 소속사였던 YG를 향하며 애꿎은 다른 가수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버닝썬 경찰 조사 결과 발표에도 여러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YG를 향한 책임론은 YG라는 기업과 브랜드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 

명지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사례처럼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YG가수 보이콧 움직임과 관련 “소속 가수에게까지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놓고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가운데 버닝썬 사태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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