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발생한 지 20일째. 여전히 수도꼭지 필터 색깔이 변하고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등 시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적수현상의 발생 원인은 수돗물 공급체계의 무리한 전환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민원이 발생한 급수 지역 중심의 초동 배수조치가 미흡했고 수류 흐름 정체구간의 배수가 지연되면서 적수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무리한 수계전환과 초동대처 미흡 등 총체적 관리 부실로 드러나 환경부, 인천시 등 관련 담당 기관의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지역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결과 적수사태는 수돗물 공급체계의 무리한 전환(수계전환)에 의해 촉발됐고 초동 배수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은 붉은 수돗물 민원발생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사진=뉴시스>

◆붉은 수돗물 사태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초동대처 미흡’

환경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적수 사태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서구 지역에서 최초로 적수 민원이 접수된 지 19일 만에야 나온 것이다.

사고 발생 나흘 후인 이달 2일부터는 영종 지역, 15일이 지난 13일부터는 강화 지역에서까지 민원이 발생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앞서 환경부는 적수 사태가 터지고 8일이 지난 이달 7일에서야 정부원인조사반을 꾸려 현장 조사를 벌여왔다. 정부원인조사반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참여해 4개팀 18명으로 구성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인천 적수 발생 사고는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전환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수계전환은 정수장 간 급수 구역을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원인조사반은 수계전환 과정에서 평소 2배의 강한 유속으로 물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바꾸면서 관 내부의 물때 및 침적물이 탈리(脫離)돼 물이 오염된 것으로 판단했다. 정수장 수돗물의 역방향 수계 전환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 단 10분 만에 진행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또한 민원이 발생한 급수 지역 중심의 대응에 치우쳐 공촌정수장 정수지부터 송수관·배수지로 이어지는 물 흐름에 따른 체계적인 배수조치가 미흡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사고 발생 15일째인 이달 13일에서야 수계전환 시 이물질이 포함된 물이 공촌정수장 정수지에 유입된 사실을 인지하면서 피해가 장기화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원인조사단은 현재로서는 음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필터 이물질에 대한 성분분석(XRF)을 실시한 결과 오염된 필터는 알루미늄이 36~60%, 망간 14~25%, 철 등 기타성분이 26~4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탄소를 제외한 무기성분 구성비는 알루미늄과 망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로 노후화로 인한 물질이라기보다는 주로 관저부에 침적된 물때 성분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필터로 한번 거른 물은 음용해도 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단계에서 수질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음용을 권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며 “다만 빨래나 설거지 등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고 있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22일부터는 급수구역별 민원발생 등을 고려해 배수 순서를 결정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 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정상 공급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사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수장 중심의 물공급 관리체계를 급·배수관망으로 확대해 사고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예측하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 계획을 수립해 관망운영관리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망 기술진단을 의무화해 진단결과에 따라 관망청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법제화해 관로에 침전물이 오래도록 방치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에서 전문가를 파견해 자문과 기술지원을 실시했으나 체계적인 대응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적시에 대처가 가능하도록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관망분야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 20일째, 151개 학교 급식 차질

한편, 인천시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영종도와 강화도까지 확산되면서 150여개 학교 급식이 20일째 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붉은 수돗물 피해학교는 서구·영종도·강화군 내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151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수를 사들여 급식을 만드는 학교가 118곳(78.1%)으로 가장 많고 급수차를 지원받아 배식에 나선 학교는 14곳이다.

또한 외부 위탁 급식을 하는 학교는 8곳, 자체 조리를 하지 않고 대체급식 중인 학교는 11곳으로 사태 초기인 지난 4일(66곳)보다 대폭 줄었다.

이는 붉은 수돗물 사태가 길어지자 급식 조리를 아예 중단했던 일선 학교들이 하나둘 생수나 급수차를 지원받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따라 현재 대체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 중 7곳은 닷새 전 적수가 처음 발생한 강화군에 몰려 있다. 나머지 4곳은 서구다.

시교육청은 이들 학교도 빠른 시일 내에 생수나 급수차를 이용해 급식 조리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선 학교에서는 생수로 수백명 분 급식을 조리하느라 여전히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남춘 인천시장은 17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이물질은 수도 관로 내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확실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속적인 말관(마지막 관로) 방류만으로는 관내 잔류 이물질의 완벽한 제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관로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인천시는 수돗물 방류 조치 외에 정수장·배수장 정화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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