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없이 부두 정박, 육지 활보에 주민과 대화까지..구멍 뚫린 軍 해상경계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오후 1시15분께 우리 해군함정이 속초 동북방 약 161km, 북방한계선(NLL) 이남 약 5km 부근 해상에서 기관고장으로 표류 중인 북한 어선 1척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어선은 오후 7시8분께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지난 15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북한 어선이 강원도 삼척항 부두에 정박할 때까지 우리 군이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우리 주민의 신고로 신병 확보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자 ‘해상판 노크 귀순’이라는 비판과 함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초 군은 “북한 주민 4명이 탄 어선이 동해 NLL을 넘어와 15일 오전 6시50분께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목격한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촬영사진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 군의 발표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북한 주민들이 탄 어선은 항구로 유유히 진입한 뒤 부두 방파제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주민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사진에서도 방파제에 접안한 북한 목선에 탄 북한 주민 4명이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지만 군이나 경찰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북한 어선을 처음 발견한 것도 해안경계 근무를 하는 군이나 해경이 아니라 민간인이었다. 우리 측 어민이 북한 어선을 수상히 여겨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북한 주민은 “북에서 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 중 일부는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우리 주민에게 요구하거나 육지로 올라와 서성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주민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경찰차와 군 병력이 출동해 부랴부랴 현장 통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비무장 북한 주민들이 탄 소형 목선에 뻥 뚫린 해상·해안경계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크귀순 사건은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1명이 DMZ 철책선을 넘어 22사단 GOP 부대 생활관까지 찾아와 노크를 한 사건이다. 당시 군당국의 소홀한 경계근무가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열린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한기 합참의장. <사진=뉴시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9일 전군 주요지휘관에게 최근 북한 어선이 동해 NLL을 넘어 남하한 사건과 관련, 각 군에 경계태세 강화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반대책을 주문했다.

정경두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어선이 동해 NLL을 넘어 130km를 내려와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할 때까지 군이 전혀 식별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각 군 지휘관들을 질책했다.

정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숭고한 사명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휘관 모두가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전 및 근무기강을 바로잡고 정신적 대비태세를 굳건히 한 가운데 재발방지를 위한 제반대책을 적극 추진하라”고 매우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이어 “변화와 발전을 위한 최적의 여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으로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강군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절호의 기회”라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한기 합동참모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등 각군 주요지휘관과 참모를 비롯해 기찬수 병무청장, 한명진 방사청 차장 등 주요직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아울러 회의에서 군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면서도 내부 체제 결속에 주력하며 한미의 태도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역내 안보환경은 국가들 간에 전략적 갈등과 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각국이 군 개혁과 전력증강을 통해 군사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9・19 군사합의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국방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정 장관은 이 같은 국방환경 평가를 통해 향후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연합 감시태세와 연합 위기관리능력을 강화하고 전방위 위협에 대한 군의 신속대응태세를 유지하며 9・19 군사합의 이행 간 군사적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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